“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셨어요. 비 오는데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 덕분에 복지관 잘 이용하고 돌아갑니다.”
4월 1일 마장동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문경수) 1층 안내데스크.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김석기(70) 씨가 밝게 웃으며 복지관 이용자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비슷한 또래의 이용자들도 김 씨의 웃음에 화답하며 인사를 건넸다. 김 씨와 복지관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대화에는 친근함과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김 씨는 “환한 미소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니 어느새 친구로 지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김 씨는 복지관의 얼굴이자 상징인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다. 매주 화, 목,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복지관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의 주된 업무는 경로식당 식권 발급과 이·미용 예약. 복지관에 처음 방문한 이들에겐 복지관 안내와 프로그램 등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이날도 식권 발급을 해주는 아침시간은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보낸 터였다. 그는 “책임을 다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다 보니 화장실 가는 일도 잊고 지낸다”며 “비록 자원봉사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30년 동안 직업 군인으로 복무했던 그가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05년 3월. 먼저 솔선수범해야 공경 받는 노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책임지는 노인들이 많아져야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가 된다”며 “가정에서는 물론 복지관에서도 늘 솔선수범한다”고 했다.
오후 3시 30분, 복지관에서 자원봉사한지 어느덧 7시간째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김 씨가 식권, 이·미용 접수대장, 결산대장 등을 꼼꼼히 챙겨 컴퓨터 데이터와 비교했다.
“식권 370명, 이·미용 20명. 오늘 제가 복지관에서 접수 받은 인원이에요. 오늘은 저에게 상담을 받은 분도 계셨어요. 제가 하는 일이 막중하진 않지만 복지관 이용자들에게 밝은 웃음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꼼꼼하게 하루 결산을 마친 김 씨가 결산 대장, 접수 대장을 들고 총무과로 올라가며 말했다.
“맡은 일에 성실하다보니 이용자들에게 신뢰도 얻고 저절로 친구도 많아졌어요.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저처럼 자원봉사를 해보세요. 주는 것보다는 갖는 게 더 많아 삶이 저절로 풍요로워집니다.”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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