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390년, 테살로니카에서 큰 일이 벌어졌다. 이 지역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 및 황후의 초상을 흙탕물 속에 집어넣는 등 모욕한 것이다. 로마 황제는 격분했다. 그리고 곧 엄명을 내려 유죄, 무죄 분별없이 해당 지역 사람을 모두 처형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암브로시오는 크게 놀랐다. 황제의 극악한 행동을 바로잡아야 했다. 언제 또다시 백성들을 박해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성인은 황제에게 서한을 썼다. 통회와 보속과 고행을 권유했고, 통회하지 않을 경우 당분간 성당에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제는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감히 황제에게 일개 주교가 대들다니…. 주교와 황제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드디어 사고가 터진다. 황제는 예수부활대축일에 미사를 위해 성당으로 향했다. 그때 주교는 성당 입구를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말했다.
“폐하께서는 아직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중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 청컨대 이 길로 다시 궁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폐하는 성당에 올 수 없습니다. 회개하신 후 오십시오. 그리고 죄를 다시는 짓지 말아 주십시오.”
황제는 아직 암브로시우스 성인에게 굴복할 마음이 없었다. 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해 성탄대축일이 다가오자 마음이 흔들린다. 신자인 만큼 대축일 미사에 참례해야 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성탄대축일에 다시 성당에 갔다. 그러나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성당 앞을 가로막고 섰다. 성인은 황제의 진정한 회개만이 하느님의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황제께서는 어찌해 하느님의 뜻을 배반하시려 하십니까.”
그제서야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회개한다고 말했다. 이에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황제의 통회의 마음을 읽고 성당 안으로 모시고, 성사를 집행했다. 이로써 로마에선 한층 하느님의 법이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느님의 법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하던 암브로시우스 주교에게도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 죽음을 앞두고 한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말은 유명하다.
“오! 세상을 떠날 날이 어찌 이리 많이 남았는지! 아! 주여 어서 빨리 오소서. 지체치 마시고 저를 거절치 마옵소서.”
성인은 참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고대하고 갈망했던 것이다. 성인은 그렇게 하느님 나라를 소망하다, 성 금요일에 마지막으로 성체를 모시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 평생 동안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살던 성인에게 주어진 은총이었다. 397년 4월 3일, 57세의 나이였다.
암브로시우스 성인의 삶을 보면, 중대한 전환점이 몇 곳 있다. 사법계에서, 행정가로, 다시 사도직의 길로 들어선 것이 그것이다. 성인은 재판소장, 즉 법조계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한 것이 28~32세 때까지로 추정된다. 지금의 변호사와 비슷한 일을 했다. 이후 그는 지역 총독으로 선출돼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다 지역의 주교가 선종하자, 그 자리를 물려 받는다.
정치인 암브로시우스가 갑자기 주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세례도 받지 않았고, 사제도 아니었다. 성인이 주교직을 거부하고 친구의 집에 숨어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군중들은 그를 찾아내 주교직에 강제로 추대한다. 평소 성인의 덕망이 참으로 출중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덕행도 결국은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것이다. 결국 성인은 374년 34세가 되던 해에 세례성사를 받고 주교품까지 일사천리로 받는다. 암브로시우스 성인의 위대함은 이때부터 더 빛을 발하게 된다. 그는 단순히 모범적인 정치인이자 행정가가 아니었다. 이제 그는 영적 차원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다.
암브로시우스 성인 스스로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주교직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계획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느님은 암브로시우스를 선택하셨고, 암브로시우스는 그 선택에 응답했다. 암브로시우스는 이제 그 응답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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