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우세요. 다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4월 3일 오후 천안 단국대병원의 한 병실. 발목 종양 수술을 앞둔 이주원(바오로·서울 중계본동본당·15)군이 울고 있던 엄마 김윤정(이레나·50)씨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애써 태연한 모습으로 위로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엄마의 가슴은 무너진다.
엄마는 탈북자다. 이군은 희귀병인 다발성골연골종을 앓고 있다. 뼈가 곧게 자라지 않아 온몸의 뼈마디에 극심한 고통이 따르고 연골에는 종양이 생기는 난치병이다. 이군은 지난 2005년 11월 연골이 자라 붙은 다리를 수술했고, 올 2월 다시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올 3월에는 오른팔에 종양이 생겨 뼈를 세 토막내 곧게 붙이는 수술을 했다. 다시 걷겠다는 일념으로 재활훈련에 온 힘을 쏟아 부었지만 이번에는 발목이 부어올랐다. 재활훈련 과정에서 발목에 힘이 쏠려 양 발목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이군은 대수술만 이번이 4번째다.
항암치료, 무통주사도 이군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오랜 기간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자꾸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군은 엄마가 혹시라도 걱정할까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구토하곤 했다.
아파하는 엄마를 위해 이를 악물고 견디던 이군에게 급기야 신경성 탈모까지 생겼다. 5년 여간 아들을 돌보던 엄마도 정신적인 고통과 생활고로 정신 장애 3급 판정을 받아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다.
2003년 탈북한 김씨는 북한상품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왔다. 북한에 두고 온 자녀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그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2005년 탈북한 자녀들과 기적적으로 재회했지만 아들 이군은 더 이상 걷지 못했다. 두 다리의 연골이 자라 붙어 버렸던 이군은 탈북할 때도 누나에게 업혀왔다.
현재 엄마 김씨와 누나 이순성(25)씨·형 이주필(23)씨 등 온 가족이 이군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 누나와 형은 대학교까지 그만뒀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병원비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빚만 2200여 만 원이 넘는다. 이군은 암환자로 분류돼 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손을 한동안 꼭 잡고 있던 김씨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김씨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제가 살아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돌봐줄 수 있지만 죽고 나면 어찌 살아갈는지…. 앞이 보이지 않네요. 차라리 주원이가 장애인으로 인정받아 정부의 지원금이라도 받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118 우리은행 703-01-360433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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