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오늘은 직사각형에 대해 배워볼까요?”
초등학교 3학년 수학수업 시간, 수업이 시작되자 올망졸망한 눈망울이 선생님을 바라본다. 어린아이답게 금세 집중력을 잃기도 하지만 수업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안산대리구 감골성당(주임 배용우 신부) 1층 회합실에 작은 교실이 꾸며졌다. 바로 본당에서 운영하는 초등부 1, 2, 3학년 무료학습지도 교실이다.
1학년 2명과 2, 3학년 5명씩 12명으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 학년별로 시간을 나눠 수업이 진행된다. 과목은 학교에서 수행하는 국어, 수학(공통),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1~2학년), 사회, 과학(3학년) 등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들이 망라된다. 이외에도 연산 풀이를 병행하고 있다. 시간과 과목 모두 여느 학원 수업 못지않다.
본당이 이렇게 무료학습지도 교실을 운영하게 된 것은 현재 지도교사인 김미미(28) 씨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신자는 아니지만, 과외교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본당 신자 이영란(소화데레사) 씨의 성실한 신앙생활에 영향을 받아 본당에서 무료학습지도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와 더불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공부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본당의 의지가 더해져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김 씨 역시 강의료 없이 무료로 수업을 진행한다.
김 씨는 “항상 봉사에 참여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어머님(이영란 씨)의 모습에 자연스레 성당에서 수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재능을 이렇게 잘 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본당 주임 배용우 신부는 “자신의 재능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김 씨의 편지를 보고, 그 마음이 너무나 예뻤다”며 “본당에서는 장소와 물품 지원을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본당의 학습지도 교실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도 호응이 높다. 이미 한 학기를 시작한 지금까지도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수업을 듣고 있는 김민서(마리루시·9) 양은 “성당에서 공부하니 즐겁다”며 “선생님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도 잘 가르쳐 주시고, 평소에도 화를 내지 않고 친절하다”고 말하며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본당은 앞으로 무료학습지도 교실을 중?고등부에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본당은 빈첸시오회를 통해 푸른학교를 견학하는 등 다양한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배 신부는 “공부방을 중고등부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신중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꼼꼼히 준비하려면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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