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매님이 고부간의 갈등문제로 상담을 청해온 일이 있었다.
그 자매님은 결혼 후 지속된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끊임없이 분노하고 시어머니를 저주하고 있었다. 먼저 자매님께 그동안 살아오며 시어머니에게 잘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해 다시 한 번 권했다. 그러자 조금씩 자신이 잘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볼 것을 권했다. “집으로 돌아가 시어머님께 잘못했던 점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분은 완고했다. 안색은 이내 바뀌었고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조용히 그 자매님에게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으며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자매님은 용기를 갖고 시어머니께 용서를 청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시어머니도 점차 변해 지금은 그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나 자신부터 변하면 상대방도 서서히 변해 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단적인 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평범함 속에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이 숨겨져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꼬집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해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잘못은 잘 기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은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분노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며 급기야 서로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나아가 그것을 바꾸라고 요구하면 강한 반발심이 생겨 방어하고 때로는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먼저 변해야 남이 변하고 남이 변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회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하느님 안에서 비춰보고 잘못된 자신의 모습 즉, 하느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모습들을 바꿔나가야 한다. 개인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비그리스도적인 모습, 지극히 인간적이긴 하지만 비성서적이며 비하느님적인 모습들은 버려야한다. 복음화는 바로 나 자신의 변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모습을 다른 이들이 바라보면서 우리를 변하게 하신 예수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사랑은 용서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용서는 자신을 바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우리 자신이 먼저 변화되는 내적 쇄신은 복음화에 있어 선행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표현과 방법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그리고 용기를 갖고 자신부터 변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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