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얼마 전 모 신문사 하단 광고에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성당에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습니다’라는 글이 실리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키워지고 있다.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두고 비싼 광고비를 출연(出捐)하며 가톨릭 주교단의 공식 입장을 비판하고 있는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짓을 한 사람들은 진정 누구인지, 누구의 사주(使嗾)로 교회를 흔들려고 하는지, 의도가 자못 궁금하면서 그러한 교란이 교회의 더욱 강한 결속을 초래할 것임을 모르는 그들에게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번 정권은 지난 10년의 세월을 되돌리려는 것처럼 국민들을 우롱하며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 절차를 무시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도 외면한 채 막무가내로 4대강의 젖 줄기를 막고 있다.
급기야 주교단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교구의 의식 있는 젊은 사제들이 시대적 소명 앞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정권의 교만함을 일깨우기 위해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고 창조질서를 회복해야 하는데 사제인 나보고 미사나 드리고 성당에서 기도나 하고 있으란다.
하느님의 아들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는 소외받고 억압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으며 오만한 권력 앞에 당당하셨고 자신들의 안위(安危)를 위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당대 지도자들에게 ‘뱀 같은 독사의 족속’(마태23,33)이라고 강한 독설을 내뿜으셨으며 하느님의 뜻 앞에 인간적인 고뇌를 이겨내시고 십자가의 죽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드신 위대한 우리의 스승이시다.
제2의 그리스도(Alter Christo)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닮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키려는 사제들을 보고 도대체 왜 그러시느냐고 묻는다면, 예수께서 유다와 빌라도에게 ‘그건 네 말이다’(마태26,25/27,11)라고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성당에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다면 분명 뜻있는 그 평신도가 양심의 가책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주님의 말씀이 쌍날칼이 되어 사제를 통해 양심을 찌르고 있으니 인간적으로 무서운 것은 당연하리라. 이 정권으로부터 민족의 미래를 위해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수호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우리 또한 역사 앞에 심판을 모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80년대부터 우리 민족에게 부활은 희망이었다. 4월의 봄기운과 함께하는 부활의 여명은 오랜 군부독재의 억압 속에 잠들어 있는 이 민족에게 자유와 민주를 흔들어 깨웠다. 국민들에게 깨어있는 의식을 심어주고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어 시대를 역행하는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도 바로 부활이다.
요즘 내일의 비전(Vision)없이 오늘에 안주하고 자기 밥그릇만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지극한 현실주의가 우리를 썩어가게 만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메인 MC가 밥 먹듯이 하는 말이 ‘나만 아니면 돼!’이다. ‘나하고 상관없고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며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자적인 모습은, 복잡한 현실에서 모든 것이 비껴가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은 것은 외면해 버리고 군중 심리 속에 묻혀 책임 없는 행동들을 발산하는 것과 같다.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을 알면서도 자신은 말고 다른 누군가 알아서 해결하기를 바라며 결코 나서지 않는 무기력증은 다락방에 숨어 있는 제자들과 같은 모습이다.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창세11,4)고 외치던 바벨탑의 교만처럼 시대착오적 발상인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당당하게 깨어있는 부활의 삶을 노래해야 한다.
엘살바도르의 대주교였던 오스카 로메로처럼 우리도 이 시대에 누군가 ‘그만’이라고 외쳐야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들 사제이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에 주님께서 원하시는 부활의 삶이요, 시대적 소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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