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신부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손끝에서 천상의 아름다움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빛의 사제 김인중 신부(도미니코 수도회)가 지난 3월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흑백과 원색의 작품들이 어우러진 전시는 김 신부의 작품 활동을 총망라하는 자리였다.
전시 작품들은 최근 것들이었지만, 회화와 스테인드글라스,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40여 년 간 김 신부가 걸어온 예술의 길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최근 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 잡지 라크라와 가톨릭잡지의 1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다른 가톨릭 잡지에서도 4면이나 할애하여 그의 소식이 실렸다.
그는 또 프랑스 브리우드 생 줄리앙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한 이후 전 세계를 무대로 작품 속 천상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올해 벌써 8건의 전시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9월 이탈리아에서의 전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러시아) 초대전, 프랑스 리옹에서의 전시 등 전시 일정이 빽빽할 뿐 아니라 규모도 굵직굵직하다. 특히 루앙대성당에서 열린 인상파 모네 탄생 170년 기념 추모전에서는 7m50㎝나 되는 대형작품을 선보였다.
“모네와 제가 딱 100년 차이나요. 모네 탄생 170년 기념 추모전에 내놓은 작품은 인상파의 거장인 모네에 대한 저의 응답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올해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도자기 작업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선일보미술관에서의 초대전에서도 도예작품을 몇 점 공개했다. 신비로움마저 감도는 그의 작품은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가을에는 피카소의 도예작품과 함께 소개하는 전시가 이탈리아에서 열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도자기 작업을 하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도전했어요. 올해를 본격적으로 회화, 스테인드글라스, 판화, 도자기 등 4가지 장르에서 폭발적인 열정을 쏟아내는 원년으로 삼았어요.”
그의 작품 활동을 후원하는 ‘김인중 인스티튜드’도 발족돼 그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벌써 800여 명이나 되는 회원들이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제의 작업에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는 이런 후원자들의 지원 덕분에 중세기 수도자들이 예술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고 했던 것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김 신부가 뜨거운 열정으로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하느님’이다. 묵상은 그에게 생활의 일부가 돼있었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묵상을 하고, 홀로 해외에 가더라도 미사를 꼭 봉헌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에는 하느님이 깃들어져 있었다. 그가 어느 누구도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지닌 작품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으라”라는 중국속담을 전하는 그는 그저 평범하고 겸손한 사제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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