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입으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고백하지만 삶에서는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기 힘겹다는 고백을 듣는다.
천주교 신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힘들어하는 보습을 볼 때면 이 시대가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어느 한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을 개신교신자라고 소개한 그분은 자신의 식당에서 성직자를 비롯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식사와 회식을 한다고 했다. 문득 선생님의 그룹과 다른 신자들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같은 신자라고 말했지만 그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그룹은 식사전·후에 꼭 기도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욱이 회식자리에서 한 번도 큰소리 내며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다함께 기도하고 끝맺는 모습에서 우리가 어떤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었다고 말씀하셨다. 신앙인으로서의 작은 실천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보인 사례다.
천주교 신자라면 어느 곳에서든 식사 때 식사전·후 기도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성호경조차도 체면 때문에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 안에 살면서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기 꺼려하는 것 같다.
최근의 한 종교단체는 스포츠선수들의 세레모니를 보고 특정 종교의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구사회에서는 물론 이슬람 국가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서조차 십자성호를 긋는 일로 시시비비를 따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작은 일 같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우리는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참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힘겨운 시대인 것 같다.
신앙은 지식이 아니다. 신자라면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한 확신과 함께 구체적 삶 안에서의 자기 표출이 있어야 한다. 지식은 삶을 뒷받침하는 역할일 뿐 신앙자체가 될 수 없다. 겉모습에만 신경쓰다보면 정작 신앙의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 채 그 형식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을 지식이나 관념에 가둬서는 안 된다.
교회는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본연의 사명이다. 구체적인 삶으로 표출되지 않는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통해 드러날 수 없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신앙을 증거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생활 속에서의 사소한 실천으로 상대방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도록 도울 수 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간다면 누가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을 받아들이겠는가. 진정성을 갖고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이 신앙적인지, 사소한 것이지만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항상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생활에서 드러내고 증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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