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싶었어요!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성경말씀처럼, 함께 모여 기도하고 싶었어요. 이제 성모님 앞에 모여서 저희 여섯명의 단원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할 거예요. 내 안의 평화, 내 가족의 평화, 이 나라의 평화, 그리고 우리 고국의 평화를 위해서요!”
천안 오룡동에 위치한 이주민을 위한 단체 한쪽 사무실에 두 팔을 벌린 성모상이 놓였다. 화관을 두른 성모님이 5월을 기다리는 듯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있고, 그 아래 모여앉은 다문화가정 여성 쩐티투하(27·이가인), 트엉(28), 마리셀(32), 펠라(45, 필리핀), 정은혜(33·본명 그레이스), 멜라니(25)씨가 어색한 발음으로 성모송을 왼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시도다!”
지난 11일 천안 ‘평화의 모후’ 꼬미시움 직속으로 창단한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 6명은 어느 정도 한국생활에 적응한 3년차 이상 주부들이다. 한국어로 쓰고 말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통·번역 일을 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다문화교실 강사로 일할 정도이니, 한국어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통달했다. 한국에 온지 16년이 되는 펠라씨는 베테랑 주부다. 한국에 온지 10년 된 그레이스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 얼마 전 이름도 ‘정은혜’로 바꿨다. 3년차 주부 쩐티투하씨는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지만 ‘이가인’이란 예쁜 이름을 준비해두고 있다. 필리핀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며 신앙생활에 앞장섰던 멜라니씨도 새로 시작하게 된 쁘레시디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트엉씨의 경우는 기도가 하고 싶어 작년 4월 오룡동본당 한국인 레지오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지만, 한국어도 서툴고, 기도하는 법도 잘 몰라 속상했는데, 이런 기도모임을 기다려왔다고 반색했다.
대전교구 이주사목담당 맹상학 신부는 “천안 ‘평화의 모후’ 꼬미시움에서 초기 6개월간 이 쁘레시디움을 지도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모임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신앙적 성숙을 위한 사목적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조그마한 회합실, 이주여성들의 손에 의해 촛불이 켜졌다. 창단식 이후 첫 회합을 기다리며 묵주기도를 바치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손가락 위로 빨간 장미꽃이 소리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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