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이 난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끊이지 않고, 과학은 급기야 인간을 복제하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인륜이 무너지고 있다. 우연인가? 경제는 곤두박질 치며 새삼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게 하고,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인 것 같다.
과연 어두운 미래와 종말만이 남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천 년을 앞두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는가? 믿지 않는 비신자들에게 있어 세기말과 새로운 천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남의 일인가, 아니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어떤 희망이 있는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는 이러한 물음에 공감할 수 있는, 비관을 잠재우고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움베르토 에코와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명되는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추기경은 서신대화를 통해 희망과 생명, 종교와 윤리를 이야기한다.
에코는 비신앙인의 입장에서, 추기경은 신을 믿는 사람의 입장에서 새 천년기를 맞으면서 가져야할 공통분모를 모색하고 있는 것.
첫번째 편지에서 에코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일반적으로 사라져 버렸음을 지적한다. 남아 있는 것은 어두운 미래와 종말뿐이라며 묵시록에 대한 세속의 강박관념을 이야기한다. 마르티니추기경은 답신을 통해 가치와 결합하지 않는 '종말'에 대한 믿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두번째 대화에서는 낙태에 대한 논란을 배경으로 '생명'을, 세번째 대화에서는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는가'에 대한 논란을 배경으로 '종교'를, 네번째는 추기경이 먼저 '양심적인 무신론자가 믿고 있는 것은 허상이 아닌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열린책들/131쪽/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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