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성빈센트병원(원장=차영임 수녀,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도 사랑의 쌀통이 등장했다.
온통 환자들로 북적되는 성빈센트병원에 사랑의 쌀통이 설치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불과 3개월 정도 지났지만 남모르게 쌀을 부어놓고 퍼가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로 성빈센트병원의 사랑의 쌀통은 항상 넘쳤다 줄어들고, 줄어들었다가 다시 넘치곤 한다.
『장기입원으로 생활이 아주 어렵게 된 환자 가족들이나 인근에 위치한 지역주민들이 사랑의 쌀통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사랑의 쌀통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는 성빈센트병원 사명구현실 원목팀 천순복(지따) 팀장수녀의 지적처럼 쌀통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로 환자 가족들이 많다.
가족이 오래 입원해 있다보면 생활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게 마련이고 특히 IMF를 맞아 실직한 환자 보호자들이 크게 늘면서 사랑의 쌀통은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처음에는 뭔지 몰라 이용을 꺼리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이용객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쌀을 부어놓고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 청소부 아주머니나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에 있는 직원들의 참여가 많다는 점. 역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만이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의 쌀통이 새롭게 확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여러 본당에 설치된 사랑의 쌀통을 신문을 통해 알았습니다. 비록 본당은 아니지만 병원에도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따 수녀는 가정에서 매끼니 때마다 쌀을 아껴 가져오는 사람도 있고 직접 가져오지 못해 쌀가게에서 배달을 시켜오는 사람, 천원짜리 돈을 넣어 두는 사람 등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사랑의 쌀통이야말로 비어질만 하면 채워지는 사랑의 신비』라고 설명한다.
특히 성빈센트병원은 방문간호를 펼치고 있는 수녀들을 통해 인근지역에 사는 독거노인들과 극빈자들에게도 쌀을 퍼다 주고 있을 정도로 사랑의 쌀통을 통해 많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병원내 전자우편과 게시판 등을 이용해 병원내 모든 공동체가 사랑의 쌀통 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성빈센트병원 원목팀은 이 사랑의 쌀통이야말로 치유자로서의 그리스도를 실천하는 또 다른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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