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자연스러워야”
며칠이 멀다하고 세계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화산이 분출하여 사상자 수가 수백, 수천을 지나 십만명을 헤아리고, 서해 바다에서는 우리 초계함이 어이없이 반으로 동강나고 꽃같은 젊은이들이 이유를 모른 체 숨져가는 하 수상한 시절이다. 그래도 봄꽃은 여전히 제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쓰며 피어 화사하게 산하를 수놓는다. 산수유 끝물에 진달래 개나리가 피자 이어 매화가 피어나고 매화가 지기 전에 목련과 벚꽃이 피며 조팝과 철쭉이 그 뒤를 이으려 기다리고 있다. 늘 보아 왔던 자연스런 일이 수상한 시절 탓인지 새삼스레 기특하고 감사하기만 하다.
엘리뇨, 라니냐, 지구온난화, 환경 호르몬, 이상고저온, 사막화 같은 단어들에 익숙해져서 이젠 어지간한 폭설이나 황사, 국지성 집중호우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게 된 것은 섬뜩한 일이다. 환경문제의 전문가로 유명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파괴와 상처의 현장
“많은 사람들이 위기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급박하지 않게 보는 것은 모든 환경오염과 생명파괴 현상이 슬로모션 화면처럼 완만히 진행되는것 같아 보이는 ‘슬로모션 효과’ 때문이며, 그 때문에 위기감이 둔화되어, 위기를 심각하게 실감 할 땐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제대로 된 환경 보전 대책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공사들로 인해 탁수와 물고기 폐사, 멸종 위기종 훼손 등의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억만년 어머니 젖줄 같은 우리의 강들이 뒤집혀진 파괴와 상처의 현장은 참으로 처참하기만 하다. 이것은 하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님이 창조한 피조물들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물로 인해 생명을 얻고 사는 동식물속에 인간이 포함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내 것도 네 것도 아니고 우리 세대의 것도 다음 세대의 것만도 아닌 이 땅의 강들, 여태껏 감사히 누리고 살았으니 마땅히 더 아름답고 좋은 창조 때의 모습으로 물려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과연 무엇인지, 그분께서 창조한 자연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전돼야 하는지 꼼꼼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모든 이들이여, 신음하고 있는 산하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를 제발 제 모습으로 내버려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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