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외치면 맨발로 달려 나와 우리의 아픔을 보듬어 줄 것 같은 어머니 성모 마리아.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든든하다.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고 묵상하는 성모성월을 맞아 세계 속의 ‘신앙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상을 소개한다.
벨기에 바뇌, 프랑스 루르드, 포르투갈 파티마는 어머니 마리아의 대표 발현지다. 시기와 장소가 다른 만큼 그 모습 또한 다르다.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1858년 2월 11일~7월 16일, 18번 발현)는 흰 옷에 하얀 베일과 파란색 허리띠를 두르고 양 발 위에 노란 장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미소를 띠고 나타난 성모 마리아는 성녀 베르나데트에게 자신을 ‘원죄 없는 잉태 동정녀’라고 설명했다.
▲ 프랑스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의 성모상. 1858년 2월 11일부터 18 차례 발현한 루르드 성모는 성녀 베르나데트에게 자신을 ‘원죄 없는 잉태 동정녀’라고 설명했다.
바뇌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하얀 옷에 파란 색 허리띠를 매고 어둠 속에서 광채를 발하며 나타났다. 루르드의 마리아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지만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기울인 모습으로 두 성모 마리아를 구분할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라고 불리는 바뇌의 성모 마리아는 1933년 1월 15일 첫 발현 이후 3월 2일까지 8번이나 이 마을에 사는 마리에트를 찾아왔다.
▲ 1933년 1월 15일부터 8 차례 벨기에 바뇌에서 발현한 성모 마리아.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로 불린다.
12세기 무어인 공주로부터 이름을 따서 붙인 작은 마을 파티마에는 1917년 5월 13일~10월 13일 사이 6번에 걸쳐 성모 마리아의 발현이 있었다. 첫 발현에는 번개를 번쩍이며 작은 떡갈나무 위에 흰 옷을 입고 나타났고, 두 번째 발현에서는 가시에 둘러싸여 찔리고 있는 심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파티마 성모 마리아상은 금박이 박힌 흰 베일과 옷, 별 열두 개가 달린 월계관, 맨발로 달을 밟고 서있는 모습이다. 특히 1946년 교황 비오 12세가 마셀라 추기경을 대리로 보내 파티마 성모상에 왕관을 씌우고, 파티마 성모 마리아를 ‘세계의 여왕’으로 선포했다.
▲ 왕관을 쓴 파티마 성모상. 1917년 5월 13일부터 6번에 걸쳐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는 1946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세계의 여왕’으로 선포됐다.
세계 속 성모 마리아상을 소개하면서 스페인 몬세라트 산 위의 바실리카성당에 있는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빠뜨릴 수 없다. 한 목동에 의해 발견된 성모상은 카탈루냐의 수호 성모로서 이 지역 신자들의 신앙심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성모상이 다른 성모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 그대로 검은 모습의 성모 마리아다. 원래는 검은색이 아니었다고 하나 신자들이 바친 등불에 오랜 세월동안 그을려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또한 검은 성모가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구슬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 스페인 몬세라트 산 위의 바실리카성당에 있는 ‘검은 성모 마리아상’. 신자들이 바친 등불에 오랜 세월동안 그을려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전 세계에는 나라마다 특징을 갖고 있는 성모상이 많다. 캄보디아 성모상은 정교하게 조각된 전통의상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 베트남 성모상은 부드러우면서 인자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긴 다리가 특징인 아프리카 성모상은 큰 눈과 코, 무표정한 얼굴 등이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다.
▲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 베트남 성모상. 부드러우면서도 인자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 전통의상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캄보디아 성모상. 정교한 조각이 인상적이다.
나라마다, 발현지마다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