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춘천교구 70주년 감사제’는 춘천교구가 그간 걸어온 ‘죽음의 행진’을 너머 참된 삶, 나누는 삶, 감사하며 사는 ‘삶의 행진’으로 갈 것을 다짐한 자리였다. 교구 70주년 실천구호 ‘참되자 나누자 감사하며 살자’를 교구민 전체가 되새긴 감사제 이모저모와 함께 그간 춘천교구가 70주년을 기념해온 기억을 더듬어본다.
■ 춘천교구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발걸음
춘천교구가 7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던 것은 2008년 대림시기부터다. ‘춘천교구 70주년 기도문’을 매 미사 후 봉헌하고, 2009년 3월 5~6일, 12~13일 가평과 고성에서 소공동체 봉사자 연수를 열어 교구 전체에 교구설정 70주년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가도록 인도했다. 당시 교구장 장익 주교는 4월 12일 ‘참되자 나누자 감사하며 살자’는 실천구호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 신자들이 교구 설정 70주년 신앙 지침으로 삼을 것을 권했다. 이후 4월 25일, 5개 지구별 합동미사를 봉헌하며 70주년 기념사업에 공식 돌입했다. 또 이날 장기기증서와 쌀, 성경필사본, 70주년 설문지 등을 봉헌해 신자들의 마음을 모았다.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교구 전체에서 일어났다. 춘천지역 사제들은 2009년 5월 31일 70주년 기념음악회를 열어 신자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도록 했다. 또 교구는 8월 29일 한국전쟁 당시 신자들을 위해 헌신하다 순교한 이광재 신부를 추모하는 38선 도보순례를 마련해 전 신자들이 묵주기도와 함께 순례하며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도왔다. 춘천교구 가톨릭문우회는 기념문집 ‘하느님께서 마련하신다’를 마련해 70주년을 기념했다. 교구민들은 총 1427명의 장기기증자와 354명의 성경완필자도 봉헌했다.
■ 모두가 기다려온 ‘춘천교구 70주년 감사제’ 이모저모
이렇듯 춘천교구민 전체가 70주년을 함께 기념해왔기에 4월 25일 춘천교구 70주년 감사제는 뜻 깊은 자리였다. 특히 교구를 이끌어왔던 전임 장익 주교와 교구 100주년을 향해 나아갈 새 목자 김운회 주교가 함께 자리했기에 더욱 의미를 더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며 새 희망을 위해 힘차게 도약했던 이날 이 자리에는 춘천교구 전 지역 7500명의 신자가 자리해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청했다. 특히 성소주일을 맞아 춘천교구 성소 계발을 위한 지향도 함께 두어, 교구 전체의 내외적 발전을 위한 신자들의 마음을 모았다.
1부 기념식은 주교님과 사제단, 참석 본당 소개와 환영으로 시작됐다. 춘천교구 홍보실장 최기홍 신부는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인용하며 “춘천교구가 예로부터 드물다는 ‘고희’를 맞은 것은 교구 내 하느님께서 역사하신 것”이라면서 “새로운 100주년을 향해 도약하자”는 기도로 기념식의 문을 열었다. 총대리 양완모 신부는 “돌이켜보면 지난 70년간 우리 교구는 민족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지역을 복음화하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나가야 하는 구원의 성사로서 교회의 사명을 다해왔다”면서 “지난 세월 우리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자”며 참석자들을 환영했다.
교구약사 소개에 이어 교구 은인들에 대한 감사패 전달과 70주년 성경필사 및 필사 수기 시상식이 이어졌다. 춘천교구 사회복지 서울후원회와 김창덕(예로니모) 씨를 비롯한 8명이 감사패를, 지부일(비오·교동본당)씨를 비롯한 5명이 성경필사·수기상을 받았다.
2부 감사미사는 점심식사가 끝난 오후 1시 30분 시작됐다. 신자들은 메밀(춘천지역)·잣(남춘천지역)·오징어(영동지역)·산나물(영북지역)·감자(중부지역)·쌀(서부지역) 등 지역 특산물을 봉헌하며 70년간 춘천교구에 내려주신 풍성한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했다.
김운회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70년이란 세월동안 우리 교구는 일제강압통치, 한국전쟁 등 말할 수 없는 시련과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면서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을 꺾을 수 없었고, 오히려 하느님만이 우리 희망이고 위로자이며 기쁨이신 것을 깨달아 복음의 밭을 일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주교는 “우리에게 착하고 선한 마음과 믿음을 주시어 작지만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해주셨다”면서 “특히 성소주일을 맞아 더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성소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후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주교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천안함 장병들의 영원한 안식과 깊은 슬픔에 빠진 가족들에 대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미사 후 3시부터 이어진 제3부 축제한마당의 무대는 장환진(요환)·나정신(체칠리아) 등 생활성가 가수들과 교구 신학생·수도자·사목자들이 꾸몄다. 신학생들은 시스터액트의 O.S.T ‘아이 윌 팔로우 유(I will follow you)’를, 착한 목자 수녀회 수도자들은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를, 교구 사제단은 지난 김운회 주교 착좌식 때 선보였던 ‘숫자송’을 율동과 함께 불러 교구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밖에도 춘천교구 내 사회복지단체는 행사장 주변에 부스를 차려 후원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으며, 각 수도회는 성소주일을 맞아 부스를 차려놓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춘천교구민들의 성소를 북돋웠다.
고향이 북한 안변 지역인 오흥인(데레사·교동본당·85)씨는 “스무 살에 속초로 시집와 한국 전쟁을 겪으며 신앙을 갖게 됐다”면서 “힘든 세월,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온 저를 비롯해, 70돌을 맞은 춘천교구의 오늘 이 잔치가 너무 기쁘다”며 감격했다. 성경을 완필해 상을 받은 김두한(마티아·양양본당)씨는 “이광재 신부를 추모하며 본당 신자들과 함께 이광재 신부 순례길을 답사하기로 했다”면서 “교구 설정 70주년 감사제를 기점으로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교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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