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마태 18,22】
“…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일흔일곱이라는 수는 모든 세대의 모든 죄가 용서되었음을 상징한다. 여기엔 한 세대도 빠지지 않았으므로, 십자가 안에서 주어진 하느님의 용서라는 충만한 선물을 받지 못한 세대는 하나도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용서해 주셨듯이, 우리도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 용서를 이처럼 여러 번 하라는 것은 분노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 우리의 죄를 모두 용서하시기 때문이다”(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주님처럼 되라
“베드로가 주님께 제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까지 용서해 주어야 하냐고 묻자, 주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겸손과 자애를 비롯한 모든 일에서 당신처럼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 그분은 우리에게 관대함의 본을 보여 주시고, 믿음 안에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심으로써 우리를 튼튼하게 만드십니다. 우리의 본성은 그 악덕들로 인하여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용서는 그분에게서 옵니다. 사실 그분은 고백 뒤에도 남아 있는 죄들까지 용서해 주십니다”(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마태오 복음 주해』 18,10).
일곱 곱절과 일흔일곱 갑절의 의미
“카인을 해친 자는 일곱 갑절로 앙갚음 받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죄는 인간에 대한 죄였습니다. 동생 아벨을 살해한 죄였지요(창세 4,8). 그러나 라멕을 해친 자는 일흔일곱 갑절로 앙갚음을 받도록 정해졌습니다(창세 4,24). 그리고 주님의 수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도 이 벌이 정해졌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믿는 이들의 고백을 통해 이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당신을 욕하고 박해한 자들에게 세례의 선물로 구원의 은총을 주십니다”(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마태오 복음 주해』 18,10).
참고로, 랍비들도 카인을 해친 자는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고 라멕을 해친 자는 일흔일곱 갑절로 앙갚음을 받으리라는 구절을 중시하면서 성경을 해석했다. 라멕은 칠백칠십칠 년을 살았다. 그는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젊은이를 죽였다고 자랑했다. 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는 라멕에게 있어서 바로잡아 주어야 할 대상은 자만심이다고 말한다. 힐라리우스는 구원자를 죽인 사람들에게도 이런 교만의 죄가 있다고 해설한다(창세 4,18-24 참조).
노여워할 시간이 없다
“그분은 우리가 몇 번째인가를 따지지 않고 용서로 응답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보여 주고 계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몇 번째로 용서하는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노여움을 품기를 그쳐야 합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래야 합니다. 용서를 그렇게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노여워 할 시간이 없음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로 많이(즉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해야 한다는 의무가 우리에게 면제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복음의 은총을 통해 하느님께 한없는 용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마태오 복음 주해』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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