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성서신학을 공부하는 안동교구 신부님이 예전에 솔렘 수도원에서 피정하면서 느낀 묵상을 나에게 나누어 준 일이 있습니다. 특히 성삼일 동안 피정을 했는데, 새벽부터 2시간 넘게 기도하고, 오전에는 미사와 함께 기도를 바치고, 한낮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그리고 끝기도까지 그레고리안 성가로만 기도했는데 보통 30분 이상씩 바치더랍니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도 없이 그냥 수도자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만 해도, 자연스레 소중한 피정이 되더랍니다.
그런데 피정 마지막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기도만 하는 이들의 모습을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사실 업적과 성취 위주의 눈으로 보면, 하루 종일 기도하는 이들은 생산적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자체로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혹 시간만 낭비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보이겠다 싶더랍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물었답니다. ‘효율과 생산성’만을 중요시했던 이 세상이 지금 과연 좋은 세상이 되어 왔었는지! 자신 생각으로는 지금이 결코 좋은 세상이라 말할 수 없음을 직시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세상이 지금처럼 ‘효율과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가치 기준을 포기한다면, 진정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묵상으로 피정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교회를 마르지 않는 샘이며, 언제나 세상에 올바른 가치를 제공해 주었던 것은 바로 ‘기도’라는 것을 새삼 확인케 되었습니다. 미사 전후에 성당 자리를 지켜 주던 어르신들, 유아방에서 아기 업고 달래서 성가를 따라 부르던 새엄마들, 초가 바닥이 날 때까지 무릎 꿇고 묵주기도 바치던 부모님들, 고사리 같은 손 모으고 눈감으로 무언가 중얼대던 어린이들…. 바로 이들 모두의 기도가 지금 우리 교회를 지탱시켜 주는 놀라운 힘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 기도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먼저 고개 숙이고 그들의 모습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특히 사목자들이나 수도자들이 기도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을 존중해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준다면, 그분들은 오히려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진심으로 감동스러워한다면, 더불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나의 기도와 우리의 기도가 함께 서로에게 좋은 감동을 주는 삶이 된다면, 그 기도는 나와 세상을 바꾸는 강한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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