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대교구가 교구 설정 73년 만에 교구 출신 첫 교구장을 맞았다. 교황 비오 5세 축일인 지난 30일 광주대교구 제9대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된 임동주교좌성당은 새 교구장을 맞는 기쁨과 함께 100주년을 향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교회 주교단과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공동 집전한 이날 착좌식에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각계인사 등 3000여 명이 함께하며 새로운 목자의 탄생을 한마음으로 반겼다.
◎… 착좌식을 며칠 앞두고 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다. 그러나 착좌식 당일에는 기온이 오르고 따스한 햇살이 곳곳에 비추면서 빛고을을 더욱 환하게 만들어줬다. 정진석 추기경은 축사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의 믿음이 참되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 모처럼 청명한 날씨를 주셨다”며 축복했고, 교구 전산·홍보 전담 고재경 신부는 “광주대교구 신자들의 기도의 힘으로 날씨가 좋아진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오랫동안 종교화합에 앞장서온 김 대주교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착좌식에는 종단과 종파를 뛰어넘은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한국정교회 교무원장 나창균 신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 혜경 스님, 원불교중앙총부 교정원장 김주원 교무, 천도교 강훈 감사원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등 각 종교 대표들은 착좌식 내내 함께하며 축하의 기쁨을 나눴다.
◎… 착좌식이 거행된 임동주교좌성당은 많은 신자들을 수용할 수 없어 미처 비표를 구하지 못한 1000여 명의 신자들은 성당 밖에서 착좌식을 지켜봐야 했다. 교구 측은 이들을 위해 성당 마당과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의자를 배치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이날 착좌식은 광주평화방송 라디오로도 생중계 됐다.
광주대교구 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은 오전 9시부터 성당에 나와 주차관리에 힘을 쏟았고, 교구 여성위원회와 평협 임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당 입구부터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았다. 가장 먼저 성당에 도착한 이들은 착좌식 축하연이 끝난 후 가장 늦게 성당을 떠났다.
◎… 새 교구장을 맞는 교구민들의 기쁨을 전하는 말은 각자 달랐지만, 김 대주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가족 및 친지와 함께 착좌식에 참석한 김 대주교의 작은누나 덕순(테레사·70)씨는 “너무 감격스럽고 벅차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앞으로 가족 모두 대주교님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정권(베드로) 평협 회장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편에 서서 착한 목자로서의 소임을 다해 오신 김희중 대주교님을 광주대교구 교구장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광주대교구민 모두 새 교구장님의 뜻에 따라 더욱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야외에서 내내 스크린으로 착좌식을 지켜봤다는 문순애(요안나·광주 학운동본당)씨는 “앞으로 광주대교구가 김희중 대주교님과 함께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교구장으로 헌신해 오신 최창무 대주교님께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희중 대주교는 축하식 답사를 하는 7분 동안 ‘감사합니다’란 말을 열 세 번이나 했다. 착좌식에 참석한 주교단과 내빈, 사제단에게는 물론 역대 교구장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감사 인사는 성가대와 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을 비롯해 이날 임동주교좌성당 주변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관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김 대주교는 감사 인사를 끝내고 나서야 교구장으로서의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뜻을 이루는 성령의 손발이 돼 서품식 때 제대 앞에 엎드린 그 정신과 마음으로 주님의 몽당연필이 되겠다”고 했다. 또 “사제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하느님 백성의 뜻을 받들며 빛고을 대교구가 명실공히 한국교회와 지역사회의 빛이 되도록 제 삶을 봉헌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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