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헌 주교 미사강론 (취임사)
“교구 행복 위해 저를 내 놓을 것”
오늘 저의 착좌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는 두려운 마음을 안고 또한 새로운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을 다하기 위해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고 여러분 모두의 기도를 청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저의 삶을 봉헌하고자 합니다.
제가 의정부교구 제2대 교구장이란 소명을 받은 것은 아마도 10년이라는 세월을 젊은이들과 군 안에서 전국을 누비며 살았으니 이제는 다른 모양으로 살아보라고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주교직을 시작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워지고 싶습니다. 문득 10년 전 주교 서품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주교직이 어떤 자리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피정을 위해 어느 수도원에 갔습니다. 짐 정리 후 경당에서 성경을 펼치자 여호수아기 1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모세와 함께 있어주었듯이 너와 함께 있어주며, 너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겠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그 당시 제게 이보다 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말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제게 다가온 성경말씀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의지하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제 뒤에는 신부님과 수녀님, 교우님뿐 아니라 든든한 동행자 되시는 주교님들이 계시기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오늘 착좌식은 제 착좌식인 동시에 의정부교구가 새롭게 파이팅 하는 날입니다. 전임 이한택 주교님은 의정부교구에 기쁨과 희망을 주셨습니다. 이한택 주교님께서는 당신께서 역점을 두셨던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을 하시면서 만났던 수도자, 사제, 교우님들이 참 정이 많고 열심하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큰 선물이 없습니다.
오늘 저는 좋은 사제, 수도자, 교우님들과 함께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미하며 행복한 교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너와 함께 해주겠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라는 힘을 주셨듯이 저도 하느님께 제가 선택한 성경구절을 예물로, 제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봉독된 요한복음 10장의 말씀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몸을 내 놓는다.”
의정부교구장으로 취임하며 착한 목자로 살아가는 것을 가장 크고 중요한 지향으로 두고 싶습니다. 교구 모든 신부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착한 목자가 되어서 착한 목자로 이뤄진 교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신부님을 독려하며 함께하고 싶습니다.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양들을 찾아가 이야기하고 듣는, 소통과 존경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 교구가 되도록 이끌겠습니다.
소통과 만남, 존경과 사랑을 무엇보다 먼저 사제들과 이루고 싶습니다. 주교와 사제들이 사랑하고 존경하고, 사제들 간에도 아끼고 존경하며, 사제와 교우들이 서로 알고 사랑하고 존경할 때 우리 목장 안 삶은 행복할 것입니다.
의정부교구는 젊은 사제들로 이뤄진 것이 특징입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사제들만으로 볼 때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교구일 것입니다. 젊은 사제로 이뤄진 교구이기에 미성숙하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교와 사목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목숨까지 바칠 사랑과 열정을 가진 사제들이 있고 그 사제들과 하나 되어 공동체를 이루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봉사하는 교우들이 있을 때 하느님의 축복이 내려질 것입니다.
오늘 이날은 한 주교의 착좌식이기도 하지만 우리 의정부교구 사제, 수도자, 교우들이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주면서 교회를 생각하고 하느님 안에서 우리 삶을 봉헌하는 날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미사를 통해 저뿐 아니라 이한택 주교님과 의정부교구 모두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축사
■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조용히 알차게 일하시는 분”
축하드립니다.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을 우리에게 마련해주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시다. 6년 전 의정부교구가 신설됐을 때 준비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한택 주교님이 부임하신 이후 교구 모든 분들이, 특별히 우리 사제들이 똘똘 뭉쳐서 큰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교구가 신설될 때 52개였던 본당은 만 6년이 채 안된 현재 66개로 늘어났습니다. 16만명이었던 교구 신자는 오늘날 24만여 명입니다. 8만여 명 늘어났습니다. 교구가 신설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한택 주교님께서 큰 성과를 거두시고 오늘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놓으신 것입니다. 이한택 주교님께서 내내 영육 간에 건강하시고 장수하시기를 기원합시다.
이기헌 주교님은 예전 서울대교구에서 여러 중책을 맡으시면서도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시면서 조용히 알차게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군종교구장으로 11년 계시는 동안 우리 교회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던 군종장교 정원을 늘리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그때도 조용히, 현실화시키신 분이 이 주교님입니다.
이러한 이기헌 주교님께서 제2대 의정부교구장으로 오셨으니 이제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의정부교구가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좋은 교구장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의정부교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사목경험 살려 좋은 지도자 되길”
이기헌 주교님께서 의정부의 새 교구장 주교로 착좌하시는 이 자리에서 주교님께 축하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의정부교구는 설립된 지 이제 갓 여섯 돌을 지냈지만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헌신 덕분에 벌써 많은 성장의 표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날로 증가하는 새로운 사목적 도전에 대처하려면 더 많은 본당과 본당조직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거둔 현실적인 성공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의정부교구 사제들이 이 착좌식에 참석한 것 또한 매우 뜻 깊습니다. 우리의 주교님과 일치한다는 것은 베드로 사도와 일치한다는 뜻이며, ‘교회와 함께 생각한다’(sentire cum Ecclesia)는 것, 곧 여기 지상에서 ‘우리 가운데 있는’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증언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사람이 되셨듯이, 주교는 ‘자신의 주교좌에 착좌할’ 때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자기 양떼를 사랑과 헌신으로 돌보며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입니다. 주교 착좌는 당신 교회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완전한 현존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기헌 주교님을 뽑으실 때, 주교님께서 서울대교구의 본당 신부로, 또 지난 10년 동안 군종교구장으로서 쌓아 오신 풍부한 사목 경험에 주목하셨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기헌 주교님께서는 모든 이의 아버지가 되시고, 의정부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가 되실 것입니다. 아울러 은퇴하시는 이한택 주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주교님의 노고가 있었기에 신설된 의정부교구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의정부교구가 펼치는 사목 활동이 영적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기 바랍니다.
■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활력 넘치는 교구로 성장 기대”
지난 6년 동안 의정부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계시다 퇴임하시는 이한택 주교님께 그동안 많은 노고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주교단의 이름으로 그동안 이 주교님께서 나눠주신 사랑과 우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주교님은 주교로서 6년이라는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봉사하셨지만 저희 주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셨습니다. 한국 주교단에서는 처음으로 수도자 출신 주교가 되셔서 저희들의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해 주셨습니다. 소탈하신 성품과 군더더기 없는 영성적인 식별로 때로는 저희들을 일깨워주시고 조언해주셔서 마음으로부터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의정부교구 2대 교구장으로 부임하시는 이기헌 주교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기헌 주교님은 보기에는 아주 후덕하시고 덕망이 높으신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영성적인 인격도 높으시지만 육체적인 인격도 상당히 출중하셔서 어디 한군데 가만 못 계시는 분입니다. 태어나기는 평양에서 태어나셨는데 3살 때 탈북을 감행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주로 성장하시고 서울에서 서품을 받으셨지만 서울교구 내에 머물기보다는 군종신부로 탈 서울하셨습니다. 본당 신부 생활 몇 번 하시다가 한국이 좁아서 일본 도쿄로 나가셨고, 주교가 되신 다음에는 군종교구장으로서 우리 주교단 중 유일하게 전국구로 뛰어다니셨습니다.
이런 다양하고 총천연색의 풍성한 사목경험을 지니신 이 주교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교구인 의정부교구를 앞으로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중추적인 교구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분입니다. 한국교회 전체에 희망을 던져주는 활력 넘치는 지역교회로 성장시킬 수 있는 분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주교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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