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다.”(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시’는 아름다운 문학에 투영된 현실의 묵직함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주인공 미자는 경기도 어느 작은 도시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는 고단한 일상 중에도 화사한 의상과 꽃 장식 모자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아 여전히 소녀 같은 모습이다.
미자는 우연히 동네 문화원에서 열린 ‘시’강좌를 수강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를 써 본적이 없었던 그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마주하는 것 같아 그저 설레기만한 미자, 하지만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현실은 그가 꿈꾸는 시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실과 부딪히고 온갖 고난과 고초 속에 쓴 시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이기도 하다.
미자 역을 맡은 윤정희(테레사)의 연기는 16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시상을 찾기 위해 주위를 관찰하는 모습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모습 등 순수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는 미자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해 냈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오는 13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는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8월 프랑스 개봉이 확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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