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단 6개의 현만으로도 웅장함부터 섬세함까지 연주할 수 있는 그 표현력 때문이다. 연주자가 손을 기타에 올리면 감미롭고 아름다운 작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시작된다. 연주자 손끝에서 시작된 울림은 청중들의 가슴을 울리고, 이것이 클래식 기타가 가진 매력이다.
지난 2월 발매된 기도와 명상을 위한 기타 연주음반 ‘물과 포도주’(바오로딸)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불어 깊은 신앙심으로 정성 어린 연주를 한 국내 정상급 기타리스트 장승호(갈리스토) 씨의 노력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죽은 먹는 사람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만들어 야하잖아요. 그래서 죽 쑤는 느낌으로 정성을 다해 이번 음반을 만들었어요.”
장 씨와 이번 음반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2세로부터 ‘이사벨 여왕 십자문화 대훈장’(2002년)을 받은 그는 당시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연주도 많았고,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씨와 협연한 음반이 클래식계에서는 베스트셀러로 판매되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음악 작업을 흔쾌히 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4년을 미룬 끝에 지난 2008년 마침내 바오로딸 수도회의 제안을 승낙했다. 하지만 그 것이 끝은 아니었다. 그는 악조건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왼쪽 손목에 통증이 있어 스테로이드를 맞으면서 연주를 했을 정도다.
그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기도였다. 녹음을 하면서 김수환 추기경 사진을 앞에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했다.
“모든 게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음반 작업을 하기로 했죠. 하지만 제가 응했다고 다 끝난 게 아니더군요. 왼손 통증뿐 아니라 저작권 문제와 표지 디자인 등으로 인해서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했어요.”
국내 정상급 연주가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신앙인으로서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수님이 투영된 영성적인 음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녹음했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님께서 ‘부모님께 효도하듯이 우리는 주님께 효도해야한다’고 하셨는데 결국 우리의 달란트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기타 연주를 열심히 하면 그게 주님께 효도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는 음반 작업을 통해서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었기에 그저 기쁘다고 말했다. 이런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연주는 음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덕분에 5월 한 달 동안 열리는 명동문화 축제 중 18일 ‘태교음악회’에서도 그 따뜻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기타는 따뜻한 악기예요. 서두르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끝까지 가는 하느님의 자녀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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