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서둘러 출발합시다. 오늘도 많이 기다리실 거예요.”
지난달 26일 서울 대방동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동작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박중빈).
부황기, 전자침, 압봉 등 각자 준비물을 챙긴 이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우산도 준비하지 못해 때늦은 봄비가 몸을 적셨지만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해준다는 생각에 이들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지하철, 택시를 이용해 20여 분만에 도착한 곳은 상도1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이날도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들의 손길에 도움 받고자 모여들고 있었다.
“어이구. 어서 와요. 오늘은 어째 어깨가 너무 결리네 그려. 나 어깨에 부항 좀 떠줘.” “나는 요즘 소화가 잘 안되네. 어떻게 안 될까.”
“자 어디 볼까요. 어깨 통증엔 부황이 바로 효과를 보죠. 한결 나아지실 거예요.”
매주 월·금요일 두차례 이곳을 찾아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동작노인종합복지관 희망나눔실천단의 송교섭(72), 김진옥(74), 이성권(68), 이효창(72) 씨. 부황기와 전자침, 압봉을 이용해 경로당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주고 있다.
단장 송교섭 씨는 “이곳에는 비싼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 홀몸 어르신들이 많다”며 “허리, 위장, 신장, 방광 이상 등 전반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했다.
희망나눔실천단이 경로당을 찾는 월·금요일이면 이들에게 치료받고자 더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찾고 있다. 어느새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이들은 만병통치사로 통한다. 전자침과 부항으로 꾸준히 치료받다보니 아픈 곳도 한결 나아지고 있는 것. 목복순(82) 씨는 “몸이 결릴 때 부항을 뜨고 나면 어느새 체내의 독소가 빠져나가 몸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했지만 희망나눔실천단에게 경로당을 찾는 일은 이제 소명이 됐다. 경로당 어르신들과도 어느새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 어르신들의 혈압과 맥박수를 체크하고 부황기, 전자침으로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물론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고 있다.
부황을 담당하는 이성권 씨는 “심리까지 세세하게 헤아려 마음의 병도 치료해 드리려 노력한다”며 “간절히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아무리 궂은 날씨여도 기쁜 마음으로 찾게 된다”고 했다. 전자침 담당 김진옥 씨는 “꾸준하게 치료받아 건강이 좋아진 분들의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가족을 돌보듯 정성을 다해 몸과 마음을 더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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