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이 인천교구에 주어졌다. 교구장 주교는 물론 사제단과 수도자, 교구민 전체가 수년째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려온 보좌주교의 탄생이었다.
한국 시각으로 4월 29일 오후 7시 직전까지도 인천교구청 구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7시 5분전쯤 갑자기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 교구 성소후원회와 회원 등은 교구청 1층 성소국에 모여 들었다. 같은 시각, 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4월 30일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착좌식 참례를 위해 미리 광주에 가 있었던 터라, 멀리서 축하 인사를 전했다.
◎… 교구 안팎에서 그 누구보다 큰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는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였다. 김 대주교 착좌식 참석 후 교구에 돌아온 최 주교의 얼굴엔 시종일관 함박웃음이 그득했다.
최 주교는 “오랫동안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이렇게 훌륭한 보좌주교님을 보내 주셔서 하느님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며 “인천교구를 주님의 뜻에 맞게 꾸려나가는데 더욱 힘있게 발맞춰가길 기대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교구 제1대 교구장 나길모(윌리엄 제이 맥 나흐톤 굴리엘모) 주교도 전화연결을 통해 “너무나도 기쁜 소식에 반갑고, 직접 가서 축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전 사제단과 수도자, 교구민들에게도 안부를 전했다.
이탈리아 현지 교황청의 발표 시각에 맞춰 교구청 내에서는 축하의 박수와 환호가 넘쳐났다.
이준희 총대리 신부는 “어릴 때부터 내 옆에서 복사를 서던 꼬마가 주교님이 되신 걸 보니 그 누구보다 큰 기쁨을 느낀다”며 “능력이 출중한 분이 총대리를 맡게 돼, 앞으로 교구가 더 큰 희망을 안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정윤섭 신부(교구 복음화사목국 새복음화 담당 부국장)는 축하 인사 후 정 주교의 손에 따끈한 찐빵을 슬그머니 쥐어주고 “저녁식사도 못하셨을 것 같아서요”라며 후배 사랑을 전하기도.
아울러 교구청 전 직원들은 5월 3일 월요일 오전 9시 교구청 4층 대강당에서 정 주교 축하식을 마련, 각 부서별로 축하인사를 전하며 기쁨을 나눴다.
▲ 교구 총대리 이준희 신부와 사무처장 김용환 신부를 비롯한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 성소후원회 회원 등이 보좌주교 임명 발표를 듣고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 인천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들은 3일 오전 9시 교구청 4층 강당에서 정신철 보좌주교 임명 축하식을 마련하고 각 부서별로 꽃과 선물 등을 전달했다.
◎… 보좌주교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먼저 정 주교를 찾은 이찬우 신부(주안3동본당 주임)는 “젊은 교구에 젊은 보좌주교님이 탄생하셨으니 일하시기도 안성맞춤”이라며 “교구장님을 보좌하고 사제단과 신자들의 속을 잘 헤아려 더욱 역동력있는 교구를 만들어나가는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신부는 정 주교에게 “앞으로 서명하실 일이 많을 것 같아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선물이었다”며 아껴두었던 고급펜 한자루를 건네기도.
교구 원로사목자 오경환 신부는 “정 주교님은 늘 밝은 인상에 겸손하며 특히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돋보이는 사람으로서 교구 사제단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에게도 따뜻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교구 설정 50주년이라는 큰 행사를 앞둔 만큼 앞으로 사제단과 신자들도 50주년을 준비하는데 더욱 능동적으로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진철(베드로) 교구 평협회장도 “교구민 모두가 보좌주교님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드린다”며 “너무나 오래 기다린 보좌주교님의 탄생을 계기로 교구 설정 50주년 준비에 교구민들이 한 마음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정 주교의 어머니 박순정(도나다·75) 여사와 아버지 정종심(바오로·78) 옹은 주교 임명 소식을 듣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들은 “신자들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이며, 신자들 앞에서 항상 겸손하지 않으면 그것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하느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사제의 본분을 잘 지키며 사시도록 눈물로써 기도하는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 정 주교가 보좌주교 임명 발표 직후 성소국을 찾은 이찬우 신부(인천 주안3동본당 주임)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축하글
▲ "참신한 생각으로 새 바람 일으키길" -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인천교구 보좌주교님 탄생의 기쁨을 함께합니다.
정신철 주교님은 사목적 열정과 역량을 고루 갖춘 분으로서, 앞으로 교구장 최기산 주교님을 보좌해 교구 통합과 발전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해내시리라 기대합니다.
특히 교구 설정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사제단과 신자의 화합 및 교구 역량의 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에, 보좌주교님이 나셔서 더욱 기쁩니다.
정신철 주교님은 실천신학자로서 사목에 남다른 감각과 통찰력을 갖춘 분입니다. 미래사목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 ‘사목정보’의 창립 멤버로서 함께 활동하며, 현대 사회와 국내외적인 사목 흐름 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정 주교님의 균형있는 안목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젊은 나이 또한 교구 안팎에서 더욱 참신한 생각과 실천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교세나 내적 역량은 과대평가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에 교구장 최기산 주교님은 오랜 기간 북방선교를 비롯해 교구 사목 역량 강화, 내적 성숙 등에 큰 힘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이러한 비전이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보다 실제적이고 조직적인 접근법도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실천신학을 가르쳐온 정 주교님께서 교구장님을 보필하여 새로운 50년기를 맞이하는 인천교구를 주님의 원대한 뜻에 부합하게 이끌어나가 주시리라 믿습니다.
인천교구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나아가 아시아 및 세계 복음화 사명을 가슴에 품은 주교님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 "무겁고 힘든 책무… 기도로 응원" -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 기획관리처장)
정신철 세례자 요한 주교님의 인천교구 보좌주교 임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신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느 동창보다도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기에 얼굴 표정만 봐도 무얼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던 친구가 그리스도의 후계자 주교님이 되셨다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큰 교구의 보좌주교라는 무겁고 힘든 책임을 짊어지고 거친 자갈밭을 걸어가야 할 모습을 떠올리니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해 오기도 합니다.
주교님! 기쁨과 두려움의 혼돈을 내어 놓고 쓰시겠다고 불러주신 주님께 기꺼이 의탁하여, 늘 하던 대로 그렇게 살아만 주신다면 훌륭한 주교의 삶을 사실 것이라 믿습니다.
작은 일도 다 기억하고 있는 무서운 기억력,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저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만족해하는 멋진 겸손, 친구와 동료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챙기는 자상함, 모든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에 따라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추진력, 그리고 단순함과 명료함 등. 바로 이런 모습이 평상시 모습이 아니던가요.
친구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 모습으로 교구민과 사제들을 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양들의 음성을 알아듣는 참 목자, 그리스도를 닮은 주교님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공부하며 함께 나누었던 여러 가지 교회의 문제와 비전을 교구 안에서 펼치시길 빕니다.
나와 동창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도로 후원 테니 부디 용기백배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