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이 이 시대에 다시 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서있을까.
시골의 평범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의사가 돼 한평생 청빈으로 살다 전재산을 교회에 기부하고 떠난 고 김남호 박사. 연탄 주 당과 김치 한접시로만 살면서도 가난한 이웃에게 끝간데 없는 사랑을 퍼주었던 김 박사의 부인 오언남 여사.
자신들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묘지마저도 가난한 이들에게 내주고, 막상 사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땐 묻힐 한 평의 땅조차 없이 빈 손 빈 마음이었던 부부. 타성에 젖은 사회와 교회에 「가난」이라는 복음적 무기로 맞섰던 프란치스코 성인은 오늘에도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평생 쌓았던 청빈의 덕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김남호 박사 부부의 삶을 다룬 「하늘을 쳐다보든지 땅을 굽어보든지」가 김남호 박사의 선종 6주기(2.7)를 맞아 나옴으로써 메마른 세태에서 모처럼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40년 넘게 병원을 운영하면서 부모의 친상 외에는 한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었던 사랑이 녹아든 성실성,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수돗물을 좀더 잘 사용할 수 잇도록 자신은 빗물을 받아서 썼던 이웃에 대한 배려심. 40년 된 양복과 결혼식 때 선물 받은 벽시계를 죽을 때까지 사용했던 절약정신, 또 이렇게 모은 전재산을 가난한 의학도와 환자들을 위해서 너무도 쉽게 내어놓은 사랑의 실천 등. 자신들에겐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의 삶이었으나 누가 봐도 예사롭지 않았던 두 부부의 삶.
얼마든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편안함은 한 순간도 찾지 않았던 사람들, 아니 오히려 그 모든 불편을 기쁘게 감수했던 김 박사 부부의 삶을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기리기도 했다.
『종교인으로서 저는 이웃사랑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서 강조하면서 좀처럼 실천하지 않은데 비해, 김 박사님은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서도 그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 더 소중한 것은 두 내외분이 우리 모두에게 남긴 아름다운 청빈 생활과 이우사랑의 모범입니다.
<생활성서/160쪽/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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