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시 한 편이 날아들었다.
‘침묵의 소리-셔터를 누르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은 사라진다/ 아니, 더 이상 공기의 진동이 아닌/ 빛의 조화(造花)에 흡수되어/ 침묵의 언어로 새로이 태어난다/ 모든 소리를 가둔 새로운 소리!/ 소리 아닌 소리라는 모순된 정의(定議)앞에/ 하늘, 바람, 꽃…/ 기억마저 멈추어 선다.’
사목 생활을 하며 틈틈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담아 첫 전시회를 연 김현신 신부(춘천교구 교동본당 주임)의 개인전 ‘고요전’(5월 4~31일 충남 천안시 갤러리 모노) 초대장이다.
김 신부는 화가를 꿈꿨다. 아름다운 것이 좋았고, 그 아름다움이 마음에 차고 넘쳐 손끝으로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만화를 즐겨 그렸고, 학창시절엔 수채화와 데생을 했다.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선’과 ‘색’, 때론 ‘여백’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표현했다.
1990년 사제서품을 받고 10여 년 간 사목생활을 하던 김 신부는 2000년 즈음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그림으로써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던 그가 이제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먼 곳을 찾지 않았다. 사목활동을 하며 방문하는 곳곳에서,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세계 곳곳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만났고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셔텨를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에 세상 모든 소음이 정지되고, 사진 한 장에 그 모든 순간이 담겼다.
김 신부는 사진을 찍는 것이 사목생활에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본당 신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찍을 때마다, 공동체 대소사에 참석해 즐거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신자들은 기뻐했고 그것이 김 신부의 행복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는 제 자신을 느낍니다. 저를 사제로 부르신 하느님의 뜻을 알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저를 사제로 쓰시고, 신자들 속에서 또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이신 하느님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그분 은총을요.”
그러나 김 신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경은 따로 있다. 바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김 신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 전하는 하느님의 심부름꾼 역할을 톡톡히 하며 사제로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김 신부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름다움이요? 자연스러운 것,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바로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닐까요? 천지창조 모습처럼 말입니다.”
김 신부가 웃는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 웃음에 아름다운 하느님의 미소도 함께 머문다.
※ 문의 041-561-1214 충남 천안시 갤러리 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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