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9m 양수대교를 건넌다. 거의 다 왔다. 다리만 건너면 목적지다. 다 왔는데…. 갑자기 내비게이션(차량자동항법장치)이 요란해진다.
“전방에 추락주의 구간입니다” “전방에 미끄럼 주의구간입니다” “전방에 안개지역입니다” “전방에 급커브 지역입니다”
‘주의 경고’가 내용을 바꿔가며 20번 넘게 반복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살얼음 인생.
4대강을 건너는 길도 온통 주의 경고 투성이다.
양수대교를 건너자마자, 다리 아래로 접어들면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두물머리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일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이 만나고 사람이 만난다. 그렇게 두물머리에선 모두가 하나가 된다.
이곳엔 매일 오후 3시 어김없이 한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각 지방에서 모인 사제들이 돌아가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한다. 사제들의 기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매일 20여 명의 신자들도 함께한다.
미사를 봉헌하는 비닐하우스의 천장에는 수백개의 메모가 붙어있다. 한 수녀가 남긴 메모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제일 큰 기적은 생명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밖에도 4대강 살리기를 염원하는 수백개의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심하게 흔들렸다.
미사를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길. 내비게이션이 또다시 20차례 넘게 요란하게 ‘주의’를 경고했다.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힘없는 억새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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