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생명의 강을 지킬 수 있기를….
이미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강제측량을 경험한 농민들은 공권력 투입을 예상하면서도 30년의 땀과 노고가 담겨있는 농지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 앞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농민들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100일 넘게 두물머리에서 릴레이 단식과 생명평화미사를 이어가고 있는 사제들과 신자들이 함께했다. 다행히 이날 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강제측량도 6·2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여전히 4대강 사업에 대한 걱정의 씨앗은 남아있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1월 릴레이 단식기도회 시작한 윤종일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1월 단식기도를 시작했다.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그들은 두물머리 농민들과 함께했고, 자연과 함께했다. 단식기도의 첫 타자는 수원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 원장 윤종일 신부였다. 윤 신부는 ‘주님, 생명의 강을 지켜주세요’라는 지향으로 21일간의 단식기도를 했다. 세상 모든 자연을 혈육처럼 생각했던 성 프란치스코를 스승으로 두고 있는 수도회가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했다. 윤 신부에 이어 수도회 회원들이 7~15일 간씩 돌아가며 단식기도회를 진행해 오고 있다. 오전에는 각자의 사도직에 임하고 오후 2~8시까지 성 프란치스코의 ‘피조물의 노래’를 부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윤 신부는 “교회가 복음적 가난을 찾아야 한다”며 “이것만이 물신숭배사상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 소박한 농사꾼의 꿈을 이루고 싶은 유영훈 팔당대책위 대표
“소박하게 농사짓게 해달라는 팔당 농민들의 투쟁이 5월부로 1년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저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11일), 경기도가 강제측량을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저희는 맨몸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이것이 저희의 마지막 투쟁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10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한 농민이 울부짖었다. 소박한 농사에 대한 유영훈(사도요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이하 팔공위) 대표의 간절함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유 대표를 비롯 팔당유기농민들은 강제측량이 실시되기 하루 전날, 두물머리에서 간절한 소망을 염원하며 철야농성을 했다. 간절한 바람은 통한다고 했던가? 우려했던 강제측량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기농민들이 원하는 소박한 농사는 언제쯤 가능할지 아직도 아득하다.
■ 3개월간 두물머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재국 천주교연대 사무국장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를 시작한지도 3달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김재국(플로렌시오) 천주교연대 사무국장도 함께했다.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서도 현수막을 달기 위해 홍보탑에 올라가기도 했고, 농민들과 함께 밭을 일구기도 했다. 모든 것이 생명과 평화를 위한 일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생명평화미사 전례봉사를 하고 있으며, 관련된 소식을 매일 ‘4대강 사업 저지 천주교연대’(cafe.daum.net/cariver)에 올리고 있고 있다. 두물머리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한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직 2010년의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까맣게 그을린 그의 피부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불만도 없고, 불편함도 잊는다. 생명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는 두물머리와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두물머리에서 봉사하는 두물머리 주민들
최근 두물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천주교연대의 활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신자들이다. 미사가 끝나고 신자들이 먹을 간식을 챙겨주는 봉사자들이 있다. 이순희(미카엘라) 씨와 양진영(엘리사벳) 씨다. 두물머리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곳을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강제측량을 앞두고 철야농성을 한 팔공위 농민들과 이들을 돕기위해 온 천주교연대 사제와 신자들을 알뜰하게 챙긴 것도 이들이다.
이쪽으로 이사 온 지 4년째 됐다는 이순희 씨는 “아름다운 곳에 살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는데 자연을 망치는 것이 싫어서 이렇게 매일 미사를 오고,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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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강’ 살리는데 동참하려면
■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함께하고 싶다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천주교연대)는 10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강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한 한 끼 단식 ▲생명의 강을 위한 묵주기도 등에 동참해 줄 것을 전국의 사제와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이 밖에도 신자들이 4대강 사업 저지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각 권역별로 마련돼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생명평화미사와 기도회다. 영산강권역은 지난 17일 5·18 광주항쟁 기념미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20일부터 제2차 영산강 순례를 시작했으며, 4대강 사진전과 영산강 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다. 금강권역에서도 17일 대전교구 탄방동성당에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미사를 봉헌하고, 22일에는 금강지역 걷기대회를 열었다.
낙동강권역에서는 12일 진주 신안동성당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성당을 순회할 계획이다. 또한 진주지구 본당을 시작으로 플래카드와 주교회의 성명서 대자보를 게재한다.
두물머리를 포함한 한강권역의 사제들은 11일에 있을 강제측량을 위한 공권력 투입에 맞서기 위해 명동성당에서의 시국미사 후, 두물머리 지역에서 철야기도회를 열었다. 또한 4월 말부터 시작했던 명동성당 들머리 생명평화미사와 기도회를 마치고 오는 6월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침묵기도회와 미사를 마련할 계획이며, 17일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난 18일까지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생명의 강’전을 열어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물머리, 낙동강, 영산강의 아름다운 모습은 물론 4대강 사업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2일에는 전시에 참여한 다큐사진작가 박용훈 씨가 직접 사진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현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문의 02-727-2274, cafe.daum.net /cariver
■ 일손을 도우며 4대강의 소중함을 느껴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에서 매일 오후 3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천주교연대와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이하 팔공위)는 작은 텃밭을 가꾸며 4대강의 소중함과 팔당지역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일손돕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천주교연대와 팔공위는 미사에 앞서 두물머리 지역에 대한 설명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활동했던 영상들을 안내해준다. 단, 전화나 카페를 통해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문의 031-577-1424, cafe.daum. net/6-2nong
▲ 지난 18일까지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린 ‘생명의 강’사진전에서 박용훈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4대강 지역과 사업 진행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물머리, 낙동강, 영산강의 아름다운 모습은 물론 4대강 사업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