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엘리사벳·67) 시인에게는 본업인 시작(詩作) 외에도 ‘강연의 달인’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삶의 굴곡을 온 몸으로 두루 겪은 시인의 진솔한 고백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관공서나 기업, 대학, 성당 등지에서 시인에게 강연 요청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실제로 시인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해 보일법한 가혹한 운명을 겪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이나 수발했고,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를 꼬박 10년이나 모셨다. 정신을 차릴 즈음엔 자신 또한 유방암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시인이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이후 2년 만에 새 에세이집 「미안해…고마워…사랑해…」(문학의문학/352쪽/1만3000원)를 냈다. 그간 텔레비전이나 강단을 통해 백만 청중들을 울리고 웃긴 명(名) 강연만을 추려 엮은 것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한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말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시인은 총 3부 37편으로 구성된 이번 에세이집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겐 응원과 격려를, 그리고 아들딸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가족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며 “가족을 사랑할 때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았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을 뜨겁게 경험하며, 우리는 거기서 ‘행복’이란 단어를 배운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체험한 개인적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사연들도 조심스레 풀어놓았다. 어머니를 잃고서 가슴이 먹먹했던 심정, 신혼시절부터 사흘이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며 울었던 기억, 냉담과 박대 속에서도 박목월 선생을 여덟 번이나 찾아간 끝에 등단하게 된 일화 등도 소개했다. 이 밖에 중년 남성들의 쓸쓸함을 쫓는 법이나 주부들의 무기력과 우울증을 치유하는 법, 오래된 부부가 여생을 재미있게 가꾸는 나름의 비법도 수많은 예화로 들려준다.
연극인 손숙(65) 씨는 “‘신달자의 강연은 곧 공연’이란 등식이 왜 성립하는지, 그의 너무나 벅차고 간절한 웅변에 박수갈채를 보낸다”고,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55) 시인은 “불행도 던져 버리지 않고 잘 주무르면 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알게 해 준다”고 추천사에 각각 적었다.
책장 갈피마다 새겨진 우현 송영방(74) 화백의 화조 그림이 에세이집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문의 031-955-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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