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시인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해 보일법한 가혹한 운명을 겪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이나 수발했고, 병석에 누운 시어머니를 꼬박 10년이나 모셨다. 정신을 차릴 즈음엔 자신 또한 유방암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시인이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이후 2년 만에 새 에세이집 「미안해…고마워…사랑해…」(문학의문학/352쪽/1만3000원)를 냈다. 그간 텔레비전이나 강단을 통해 백만 청중들을 울리고 웃긴 명(名) 강연만을 추려 엮은 것이다.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한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말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시인은 총 3부 37편으로 구성된 이번 에세이집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겐 응원과 격려를, 그리고 아들딸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가족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며 “가족을 사랑할 때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았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을 뜨겁게 경험하며, 우리는 거기서 ‘행복’이란 단어를 배운다”고 강조했다.

연극인 손숙(65) 씨는 “‘신달자의 강연은 곧 공연’이란 등식이 왜 성립하는지, 그의 너무나 벅차고 간절한 웅변에 박수갈채를 보낸다”고,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55) 시인은 “불행도 던져 버리지 않고 잘 주무르면 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알게 해 준다”고 추천사에 각각 적었다.
책장 갈피마다 새겨진 우현 송영방(74) 화백의 화조 그림이 에세이집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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