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도 일부 신앙인들은 교회가 이해관계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앙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역대 교황들의 가르침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월 1일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를 발표, “우리는 모두 환경을 보호하고 돌볼 책임이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과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으면 선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란 제목의 담화문에서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며 “인간이 하느님의 협력자로 행동함이 아닌 하느님을 대신한다고 자처한다면 자연의 반란을 불러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의 발전 모델을 장기적으로 깊이 재검토하고 아울러 경제의 의미와 경제 목표를 고찰하여 그 역기능과 오용을 바로잡아야 합니다”(5항).
이처럼 교회는 자연을 대할 때, 신중함을 견지하라고 가르친다. 자연은 인간의 편리와 이해관계에 의해 내키는 대로 대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10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해 강력하게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생태계의 위기가 요청하는 연대, 또 평화를 위하여 필수 불가결한 이 새로운 연대”(10항)를 언급했다. “우리는 생태계의 한 영역에 개입할 때에 그러한 개입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결과와 미래 세대의 행복에 대하여 모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이르렀기”(6항)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오늘날 생태계의 붕괴라는 이 비극적인 징조는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탐욕과 이기심이 창조의 질서, 상호 의존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창조 질서와 얼마나 상반되는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8항)
그리스도의 제자는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에페 4,24)이다. 이 새 사람은 진리를 말해야 한다. 결국 이웃의 도덕적 결점과 잘못을 충분한 근거 없이 은연중에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경솔한 판단의 죄’를 짓는 것이다(가톨릭교리서 2477항). 물론 죄에는 ‘비방의 죄’도 있지만 비방의 죄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이 점에서 4대강 문제는 잘못을 덮어 버리는 경솔한 판단의 죄의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창조된 세상 모든 피조물은 고유의 안전성과 진리와 선, 또 고유의 법칙과 질서를 갖추고 있다(사목헌장 206항). 교회는 이 때문에 인간은 피조물 각각의 고유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창조주를 무시하는 일이나, 인간과 인간의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창조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가톨릭교리서 339항).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난 3월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제목은 로마서 8장 22절의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였다.
그리고 끝을 이렇게 맺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5.19).
◆ 성경묵상
“만물을 기꺼이 ‘화해’ 시키셨습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그분은 또한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십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 콜로새서 1장 15~20절
◆ 4대강 사업 저지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조해붕 신부
“정치적 견해 내세우는 것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나누고 싶을 뿐”
자연, 개발 논리 버리고 협력해야 할 대상
창조질서 올바른 의미 깨닫는 기회 되길
▲ 조해붕 신부는 천주교연대의 활동이 더 많은 이들에게 창조질서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일, 20여 년 만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를 주례한 조해붕 신부는 ‘생명’과 ‘풍요’를 말했다.
그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는 지난해 12월 15일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생명평화미사, 침묵기도회 등을 이어오며 개발과 자본의 논리에 맞서고 있다.
조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연대 사제들의 노력으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주교회의도 이에 가세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명동성당 시국미사에는 5000여 명의 전국 신자들이 모여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사제들에게 힘을 보태줬다.
“창조물을 보전해야하는 예언자적 소명으로 사제들이 나서게 됐습니다. 침묵으로 기도하며 교회의 사제로서, 신앙인의 모습으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에 대한) 교회적 의미를 중점적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천주교연대는 지난달 26일부터 7일까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와 침묵기도회를 봉헌하기도 했다. 조 신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고, 창조질서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미사와 기도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사제들이 왜 이렇게 나와서 기도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사제들의 이런 행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천주교가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조 신부는 “저희의 활동은 결코 정치적인 견해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 반대를 불법이라고 경고한 선관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정부도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등) 선거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법을 이용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저희는 되도록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중요한 것만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것은 ‘측은지심’이었다. 인간과 더불어 사는 자연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과 자연은 물질만능주의와 집단이기주의로 팽배해진 인간의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할 대상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는 같은 인간끼리만 살 수 없습니다. 자연과도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집단적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우리 사회에 오래 이어져 왔는데 이제는 재정비할 시기입니다. 인간적 삶,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자연을 돌볼 수 있는,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