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김종근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가 칠레 지진 이후 칠레 교회의 극심한 피해에 대해 최근 편지를 통해 알려왔다. 그 내용을 토대로 칠레와 칠레 교회의 참상을 정리한다.
2월 27일, 땅이 뒤흔들리고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규모 8.8의 대지진을 겪은 칠레는 꿈과 희망이 사라진 생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복구가 언제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무서운 재해는 가톨릭교회도 비켜가지 않았다. 칠레 주교회의에서는 최근 지진과 해일로 인한 교회 건물 피해 공식 집계를 발표했다. 우려했던 바와 같이 피해 상황은 짐작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번 지진과 해일의 교회 내 피해는 전체 27개 교구 중 12개 교구에 이른다. 전체 성당 숫자로 확인할 경우 칠레 전체 성당 941개 중에서 거의 절반(48%)에 해당하는 445개 성당이 피해를 입은 것.
칠레에는 각 교구당 보통 30~50여 개의 성당이 있고, 수도 산티아고에만 220여 개의 성당이 있다. 이번 지진과 해일은 산티아고와 대부분의 큰 도시들이 몰려있는 중부지역에서 발생해 더 피해가 컸다.
완전히 무너졌거나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야할 본당이 81개에 달하고 심하게 파손돼 보수와 재건축이 불안한 상태의 성당도 110개가 된다. 또한 크고 작은 보수공사가 필요한 성당도 25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른 신자들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칠레 교회는 이번 발표와 함께 어려운 상황에 힘을 보태줄 각국 신자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이들에겐 더 없이 큰 선물이다. 하지만 이제 관심은 식어가고 있다.
보도 블록 사이를 비집고 나온 민들레처럼 희망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뉴스에서도 조금씩 달라져 가는 현장의 모습을 전한다. 피해 주민들은 일단 급하게 지어진 판자촌에 머무르고 있다. 임시 건물이지만 초등학교도 다시 문을 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지진이 여름이며 건기에 일어났다는 것. 덕분에 복구가 조금이나마 쉬웠고, 전염병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복구까지는 여전히 나눔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게다가 남쪽 지방은 7~8개월 간 계속되는 우기와 추위가 시작됐다. 도움이 더욱 절실해 지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사회 등 외부의 관심과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칠레의 상황은 복구는커녕 쓰레기장이 돼 정리조차 힘겨운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칠레 국민들이 조급해하지 않는 긍정적인 성품과 하느님이 함께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한국의 많은 분들의 격려와 기도를 청한다.
[김종근 신부가 전해온 칠레 교회 참상] 칠레 지진 피해 … 끝나지 않은 비극
교회도 피해 심각 … 복구 위한 관심·지원 절실
27개 교구 중 12개 교구 445개 성당 피해
국제 사회 원조도 갈수록 줄어 심각한 상황
복구는커녕 쓰레기장 … 정리조차 힘겨워
발행일2010-05-23 [제2698호, 12면]
▲ 2월 27일 발생한 칠레 지진과 해일로 인해 전체 27개 교구 중 12개 교구가 큰 피해를 입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줄어들고 칠레의 상황은 복구는커녕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어 정리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 칠레 교회 성당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