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을 펼친다. 사제와 평신도가 함께 손잡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만 봐도 웃음꽃 핀 현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앨범을 덮자 그 표지에 ‘성우회’라고 적힌 스티커와 장미꽃이 한 아름이다.
성우회 이순자(막달레나·69·율전동본당) 회장은 성우회의 지난 사반세기를 ‘행복’이라고 회고했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단체명이지만 ‘성우회’는 교구의 원로사목자를 후원하는 평신도 모임이다. 성우회가 25주년을 맞았다.
“1985년 6월 10일 발족했어요.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장학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은퇴 신부님들도 모셔야겠다싶어 두 일을 병행했었죠.”
‘어버이’를 모시는 마음으로 평생을 신자들과 함께해온 사제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 천주교 가정을 방문해 뜻을 전달하고 동의를 받아 후원회원 30명이 모였다. 하지만 장학금 마련과 은퇴사제 후원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었다.
“매년 일일찻집과 바자를 열었어요. 그때 당시 사진 좀 보세요. 우유, 커피, 생강차, 요구르트, 인삼차. 600원, 700원씩 이렇게 조금씩 모아서 기금을 마련했죠.”
‘한아름 장터’라고 이름 지은 바자는 대성공이었다. 헌옷을 모아 수선에서 다림질까지 일일이 손을 봤고, 털모자 등은 직접 짜서 내다 팔았다.
“이 사진은 김남수 주교님 생신 사진이에요. 다른 주교님들과 함께 모여 축하잔치를 연 날이죠. 이 사진은 제주 효도관광을 갔던 사진이에요. 그동안 저희는 이렇게 활동해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장학회가 생기자 ‘성우회’는 은퇴사제 후원에 전념한다. 자녀가 없는 사제의 마음을 헤아려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노사제를 모시기 시작한 것이다.
“야외에 나가면 그렇게 기뻐하시고,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리시면 저희도 덩달아 기쁩니다. 그냥 찾아뵙기만 해도 무척 반가워하세요. 항상 저희와 함께해주셔서 저희가 더욱 감사하지요.”
위령성월 11월이 되면 성우회는 성직자묘지를 방문한다. 선종한 사제들을 한 분씩 ‘기억’하며 비석에 손을 얹고 기도를 바친다. 교우들을 보면 악수를 청하고 보듬어주고자 했던 그 사제의 비석이다.
“지금까지 제가 후원회장을 했으니 헌신적으로 성우회를 이끌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은퇴신부님들께는 영육 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6920 사제평생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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