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들이 조선독립을 위한 시위를 했다. 학생들은 독립을 위한 노래를 불렀고, 아마도 성소를 잃은 학생들도 나올 것이다.”
격동의 시기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그 해, 대구의 신학교에도 일제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드망즈 주교가 부산, 대석, 마산, 진주 등을 거쳐 사목방문을 마치고 대구에 도착하자 조선 독립을 위한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신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그들의 안위와 신학교의 질서를 걱정했던 드망즈 주교는 신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그들은 주교에게 사과를 한다.
1919년 2월 16일
나는 대성당에서 평소대로 미사를 드리고 부산행 특급열차를 탔다. 부산에 가보니 페셀 신부가 라크루 신부의 옛 복사 때문에 몹시 귀찮아하고 있었다. 그 복사를 쫓아내고 싶어 하던 라크루 신부가 보다 나은 물질적 상황을 제시하며 그를 페셀 신부에게 보낸 것이다. 이 착한 사람은 아내와 아이들 넷과 함께 페셀 신부의 비용으로 쓸 데 없는 여행을 하고, 직장을 잃고 오늘 밤에 떠난다.
17일, 페랑 신부가 일본인들을 데리고 부산진에 왔다. 미사 후 몇몇 한국인들과 함께 일본인들에게 견진성사를 주었다. 11시30분, 3등실 밖에 없는 기차를 탔다. 회장의 부주의로 물금에서 대석까지 30리길을 인력거로 간 마지막 5리를 제외하고는 걸어서 가야 했다. 저녁 8시 시작강론을 했다.
2월 21일~3월 1일
대석에서 피정이 실시됐다. 그동안 페셀 신부는 봄 판공성사를 주었다. 어제 강의 때는 모든 지역에서 정말 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서부 간도(間島)로의 이민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다. 아침 8시 대석을 떠났다.
3월 1일, 소촌에서 10시55분 버스를 탔다. 좌석이 하나뿐이었지만 운전수 옆 좌석이었기 때문에 꽉 죄지 않았다. 그렇지만 ‘고장’으로 인해 5번이나 정지를 했으며, 한 번은 짐수레와의 충돌로 나의 가방이 빠져나가 길바닥에 던져졌으나 다행히 큰 손해는 없었다. 버스는 2시간도 더 지체돼 타이어 하나가 터진 상태로 도착했다.
3월 7~9일
한국 젊은이들이 전 황제의 장례식을 계기로 서울과 다른 곳에서 조선독립을 위한 시위를 했다(3·1운동을 말함).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됐지만 신문들은 절대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구 신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흥분돼 있다. 그들은 그저께 저녁, 운동장에서 독립을 위한 노래를 불렀고, 교장은 그것을 그만두게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 후 화가 나있으며, 아마도 성소를 잃는 학생들도 나올 것이다.
9일, 아침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돌아와 식사를 한 후 줄리앙 신부가 신학교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러 왔다. 샤르즈뵈프의 온갖 권면도 소용이 없었고, 학생들은 윌슨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고, 시내에서 행진을 하기로 결정했다.
샤르즈뵈프 신부는 그의 권위가 무시된 것을 보고 의기소침해 있다. 신부들을 포함해 전 학생을 체육실에 집합하도록 지시하고, 교리강의 때문에 대성당으로 가는 길에 신학교로 갔다. 그들을 앉히지 않고 나는 그들에게 “순종을 하지 않는 신학교를 원치 않으며 신학생들과 상관없는 정치적 소요 같은 행동이 일어난다면 유죄, 무죄를 불문하고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신학교 문을 닫겠다”고 냉혹하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 후 교리강의를 하러 갔는데, 거기에 경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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