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4개월째. 여전히 극한 상황에서 처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티인들에게도 서서히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곳은 포르토프랭스 도심의 시장.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잔해 속에서 주워온 물품·생필품 등을 팔기 위해 나온 아이티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자동차 용품·생필품 등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도로 한가운데를 뛰어다니는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무너진 학교도 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내 학교는 4월 초부터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교복을 입고 각자의 학교로 향하는 아이티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재회가 믿기지 않은 듯 설렘이 가득했다. 임시건물에다 급조된 의자와 책상 등 열악한 환경의 교실이었지만 학교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하는 아이티인도 서서히 늘고 있다. 아이티 정부에서 고용한 공공근로자들이 동원돼 도로와 도시 곳곳에서 잔해를 치우고 있다. 또 아이티 카리타스는 임시 캠프 내 이재민들에게 배수로를 설치하면서 생계비를 지급하는 ‘Cash For Work’ 프로그램을 진행, 이재민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밝고 희망찬 모습은 아이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각국 구호단체, 교회 등의 노력에도 아이티 재건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과 물, 안정적인 주거마련, 위생과 전염병 창궐, 장마와 허리케인, 일자리 창출, 의료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티 재건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티는 대지진으로 약 4000여 개의 학교가 파괴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문을 연 곳은 수백여 곳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갖고 있던 모든 기록도 깡그리 파괴된 상태. 무엇보다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의 일자리도 정부와 구호단체들이 급조한 ‘한시적 일자리’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국제 노동기구에 따르면 아이티에는 대지진으로 약 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35만개의 일자리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추산했다.
아이티 정부와 구호단체들은 충분한 양의 구호물품을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이재민들은 음식과 물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고, 한 번도 구호물품을 받지 못한 이재민도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구호물품을 지급해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이티의 힘겨움은 더 간절해 보인다. 그동안 아이티 정부와 교회, 구호단체들이 구호물품 배급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지진 피해자들을 일일이 다 챙겨주지 못한 것이 현실. 더욱이 ‘구호물품 배분의 형평성’도 아이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아이티인들에게 식량, 물 등의 구호물품을 지급해주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티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해결책은 한 가지다. 조금 느리고 더디겠지만 아이티인들의 자립을 위해 함께 뜻을 모으는 것이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마련해 주는 중·장기적인 대책만이 슬픔에 잠긴 아이티인들에게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할 수 있다.
보편교회의 사랑과 아이티 교회의 중장기 재건
아이티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보편교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국제 카리타스와 교회 NGO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김용태 신부)등의 단체들이 아이티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진 발생 후 60여 개 카리타스 회원 기구들은 구호 활동에 동참해 식량, 주거, 생계, 식수 아동지원, 의료지원, 상담 등의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4월 9일 현재 국제 카리타스는 약 150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지원했고, 매일 4개의 캠프에 3만 갤런의 식수, 약 10만 명의 사람들에게 텐트와 방수포를 지원했다. 또 2000명의 아이티 주민을 고용해 긴급구호 활동에 참여시키고 남부지역 농부들에게 종자, 비료, 농기계 등을 제공했다.
아울러 ▲약 35만 명의 사람들에게 의료지원 제공 ▲21개 병원 및 보건소에서 수술, 기초진료, 의약품 지원 ▲25개의 임시 학교 설립 및 53개 학교에 학용품을 지원했다.
국제 카리타스는 그동안 구호 활동을 통해 14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교회 NGO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5억 7000여 만원을 국제 카리타스 등을 통해 전달했다.
인종, 국가 등은 다르지만 같은 신앙 안에서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한지도 어느덧 4개월 째.
포르토프랭스 델마 지역의 아이티 카리타스 본부에는 세계 각국 카리타스와 교회 NGO단체들의 방문으로 여전히 붐비고 있다. 지진피해 현장을 방문한 멕시코 사회사목 담당 프란시스코 주교는 “아이티에 사랑을 전하기 위해 세계 각 국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이곳에 모였다”며 “오늘날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연대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국제 카리타스 등은 아이티의 자립을 돕기 위해 향후 5년간 긴급구호 및 복구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국제 카리타스는 지난 4월 30일 1단계 긴급구호를 마치고 5월 1일부터 2단계 긴급구호에 착수했다.
또 아이티 카리타스를 중심으로 한 아이티의 총 10개 교구도 국제 카리타스와 긴밀하게 협조, 7개 분야에 걸친 중·장기 재건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분야는 주거문제, 교육, 건강(위생), 안전, 경제 협력(연대), 장애인·어린이·노인 등의 취약계층 관리 보호 등이다.
아이티 카리타스 부사무총장 샤딕(Chadic) 신부는 “7개 분야 중 주거문제와 교육문제에 가장 중점을 둘 것”이라며 “아이티 10개 교구가 함께 모여 계획, 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 5월 말 국제 카리타스와 세계 각국의 카리타스에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현지 방문을 통해 얻는 정보를 근거로 아이티 중장기 재건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아이티 후원 계좌
문의 : 02-727-2267
454-005324-13-045 우리은행. 예금주 : (재)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