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시작됐다. 「어린이 날」및 교회에서 제정하고 있는 「청소년 주일」까지 5월은 신록의 계절이라는 절기에 어울리게 미래 사회 교회의 새싹들인 어린이 청소년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는 다양한 행사와 어른들의 바램이 모아진다.
본지는 가정의 달을 기점으로 중견 아동문학가 정두리(세라피나·수원교구 분당 바오로본당)씨가 엮는 특별 칼럼을 마련한다. 「아동문학가 정두리가 보는 아이들 세상」제목으로 연재될 이 칼럼은 요즘 어린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가정 사회 교육의 문제를 반추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꿈이 없는 아이, 쓸쓸한 아이,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아이, 몸이 아픈 아이, 고마움을 모르는 아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풍요하다는 시절을 살고 있는 이즈음 불행하게도 가난을 겪어야 하고 가난보다 더 아픈 결손 가정에서 무돤심과 냉대속에 지내고 있는 어두운 아이들. 그들을 또래의 동심대열에 세워주고 싶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부근에 살고 있음이 좋습니다. 변성기에 이르지 않는 높고 청아한 목소리가 운동장을 태우는 듣기 좋은 소란함. HOT며 핑클의 사진이 걸려있는 문방구 앞에 서 있는 여자 어린이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었지만 은근히 모양낸 듯한 고학년 짜리의 잘 자란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 미소짓기도 합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글에서 처럼.
「사람이 귀한 것을 배우러 가는」초등학교 등교길 아이들의 한떼가 길을 건넙니다. 당번인 어머니들은 노랑색 기를 올렸다 내립니다. 조잘대는 말소리, 걸을때 마다 등을 가린 가방이 움찔거리고 아이들은 학교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한떼의 어린이가 지나간 후 조용해진 길을 혼자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은지 아이는 학교 옆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들어갑니다. 공원에는 라일락이 향기를 내뿜고 있고 영산홍이 예쁜 분홍으로 피어 있습니다. 아이는 제 키만큼한 쥐똥나무 잎을 한웅큼 뜯어 잘게 뿌리며 걸어갑니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아이의 걸음엔 힘이 빠져 보입니다. 저 아이가 교실에 들어갈까 걱정이 됩니다. 의자에 앉아 있더라도 딴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고개가 갸웃거려 집니다.
나는 저 아이같이 마음이 가는 아이, 마음을 주어야 하는 아이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천안의 독립기념관 제5전시관에 있는 「소년운동유물전시부분」에서 어른들이 착용했던 완장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새겨진 글「유유아(乳幼兒) 애호」의 완장. 유유아는 젖먹이 아기에서 취학전 어린이의 총칭입니다. 우리 성인들은 굶주리고 헐벗은 시대였지만 어린이들만은 제대로 먹이고 입히고 매맞지 말고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소년운동의 큰 목료로 삼았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궁핍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그래서 더 애틋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물질을 향한 달음질로 우리가 얻게된 얼마만큼의 여유로움 그러나 오히려 포장만 그럴사한 풍요로 인해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는 그늘진 가난이 있음을 알아랴 합니다.
우리늬 이웃에 1만3000명에 이르는 소년소녀 가장이 있고 15만의 결식아동이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풍요하다는 시절을 살고 있는 이즈음 불행하게도 가난을 겪어야 하고 가난보다 더 아픈 결손 가정에서 무관심과 냉대속에 지내고 있는 어두운 아이들. 그들을 또래의 동심대열에 세워주고 싶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 쓸쓸한 아이, 갖고 싶은게 너무 많은 아이, 몸이 아픈 아이, 고마움을 모르는 아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린이 사랑」의 완장을 두르지 않고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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