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본당에서 중고등부 교감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야외수업을 하던 어느 날, 갑자기 교육관의 여기저기서 다른 학년 학생들이 마당으로 나오고 있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 야외수업을 하던 날 날씨가 너무 좋아 모두들 야외수업을 하러 나온 줄 알았는데 왠지 아이들의 표정은 시무룩했고 아이들 뒤에 있던 선생님의 표정은 더 많이 굳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왜 그런지 물었더니 한 학생이 대답했다. 『선생님 저희 쫓겨났어요』
담임 선생님의 설명인즉슨 아이들과 교리를 시작하려고 시작기도를 하고 수업을 하려는 순간 피정중이던 어른들의 어느 단체에서 교리실을 피정장소로 써야 하니까 나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교감이었던 나는 그 누구에게도 교리실을 피정장소로 쓰겠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을 뿐더러, 사용하겠노라고 통보받은 일도 없었기 때문에 너무 황당했었다. 교리시간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실을 쓰게 되어 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식화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없이 수업하고 있는 교사화 학생들을 내보내버린 어른들…. 그 후에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우리 교사들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은 적이 없었다.
많은 교사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교사를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교회와 아이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삶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 「봉사」가 되게 하는 일들이 종종 생겨 우리를 갈등하게 만든다.
청소년 주일은 모든 청소년들의 날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의 날이다. 부모나 친구나 교사나 모두 그들과 함께 주님께로 향하는 그들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동반자들이 1년에 하루만 그들과 함께 동반할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지속적으로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 교회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고, 더불어 우리 모든 교사들은 「봉사」가 아닌 「삶」으로서 우리 청소년들과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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