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학교 시절 선배 신학생의 지도로 성령 세미나를 받은 적이 있다. 10여명의 신학생이 기도회를 하던 중 한 학생이 갑자이 이상한 언어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도 들었지만 나에겐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다. 사제가 된 후에도 성령 묵상 피정에 참가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특별한 체험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작게라도 성서에 대한 열의와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던 것이 큰 은총이라 생각한다.
성령쇄신운동 시작
원래 오늘날 성령 쇄신이라 부르는 신심운동은 1967년 2월에 미국의 듀케인 대학에서 시작 됐다. 신자 대학생들이 지도신부와 함게 사도행전을 주제로 한 주말 피정에서 성체 조배를 할 때 성령의 은사를 체험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처음의 성령쇄신운동은 대학생들의 신앙쇄신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본당과 수도회로 확산되면서 일반 신자들의 신심운동이 되었다.
성령쇄신운동은 특별한 신심운동도 아니며,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모든 신앙인들을 위한 신심운동 중 하나이다.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고 교만하거나, 자신은 신앙이 부족해 은사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성령의 은혜는 이미 세례성사 때 모든 이가 받은 것이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두 성령 안에 새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문제는 각자 다르게 받은 성령의 은혜를 잘 간직하고 발저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 은혜를 공동체의 이익과 이웃사랑을 위해 봉사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성령쇄신운동은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령의 은혜, 주님의 평화
성령의 은혜 중에서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평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마지막 목표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유대인들이 무서워 문을 닫고 있던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셨다. 주님은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신다. 물론 이것은 유대인의 일반적인 인사법이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하시는 평화의 인사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주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 이 영적인 평화가 아닐까. 그것은 세상이 줄 수도 없고, 흉내낼 수도 없는 평화이다. 그런데 세상이 주는 평화는 한계적이며, 불완전하다.사람들은 많이 누리고, 소유하고, 높이 올라가야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때로 이런 것들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고 분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주는 평화, 믿음의 은혜로써 얻어지는 평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주님의 평화는 오히려 고통과 불안 속에서 끄떡없이 잔잔한 영적인 평화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성령을 받아라」라고 하셨다. 주님께서 숨을 내쉬셨던 것은 성령을 주시는 성사적 행동을 의미한다.
성령의 도우심과 우리의 믿음
성령을 받아야 부활도 우리 자신의 체험이 되고 완전한 믿음으로 나갈 수 있다. 그래야만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성령의 활동을 통해서 진정한 증인이 되어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이다.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새로운 생명력으로 주님의 일을 계속해 나가게 된다. 그것은 죄를 용서하고 주님의 평화를 선물로 주는 것이다. 죄의 용서와 주님의 평화는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가장 값진 은혜이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이제 겸손되이 우리 자신을 통회하여 다시 성령의 은혜를 청해야 하겠다. 우리도 성령의 은혜로 변화되어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여 부활을 증거할 수 있는 신앙인으로 새로 태어나야 하겠다.
『오소서 성령이여,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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