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세한 지 5년 된 중년가장입니다. 마흔이 넘어 세례를 한 후 미사 참혜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왔는지 정신적으로 평안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IMF가 터지고 일자리를 잃고 난 후 남들 보기가 민망해 미사를 빠지다보니 벌써 3개월째 미사참혜를 못하고 있습니다.
주일이면 마음이 불안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듯한 허전함이 들지만 선뜻 성당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주위 분들의 권고나 조언도 들어보았지만 용기도 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러다가 신앙을 아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다른 성당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답】최근 들어 국가부도사태인 IMF를 극복하고 있다는 말들을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없어진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우선 질문자께서 하루빨리 실직의 고통을 극복하시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또 질문자께서는 실직하게 되자 남들 보기에 민망해서 미사레 빠지게 되었고 성당에 가지 않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지금 겪고계신 시련을 통해 신앙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계기로 만드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자주 기도하고 바라는 것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성공하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주변을 살펴보면,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병장수하거나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믿음을 가진 사람과 믿음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시련과 고통의 순간을 어떠한 자세로 극복하느냐 하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심으로써 기쁨과 고통, 성공과 좌절, 신뢰와 배신 등 우리가 인생살이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겪으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고생하며 무어군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하시면서 우리를 위로해 주실 수 있고, 우리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고통을 통해서도 주님을 닮도록 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질문자께서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이목만을 염두에 두면서 주님을 멀리 하고 신앙생활을 등지고 계십니다. 그러나 성당의 다른 교우들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개개인에게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싷패로 인한 고통 때문에 다른 이들은 모두가 성공하고 생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큰 소외감을 느낄 스 있지만,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하실 때 오히려 현실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고, 그들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새롭게 느끼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춘 신부(서울 사제평생교육원 교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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