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다문화여성 쥴리안 히바나(22)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더운 날씨에도 시부모를 모시고 아기와 함께 여기저기를 기쁜 얼굴로 둘러본다.
5월 29일 정오. 수원교구 북수동성당(주임 나경환 신부)에서는 수원 엠마우스가 준비한 작은 ‘다문화 축제’가 열렸다.
다문화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열었던 ‘일일찻집’에 여러 나라의 멋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를 더한 개념이다. 중국,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태국, 필리핀. 각 나라별로 음식 부스가 늘어섰고, 직접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도 설치됐다. 한방 무료진료, 한지공예 체험과 북아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오늘의 인기요리는 콩고의 브로셋(꼬치요리)이다. 지글지글 더운 열기로 꼬치에 꿰인 야채와 고기가 알차게 익는다. 고기를 굽는 이의 이마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음식을 주문한 이들의 입은 연방 입맛을 다신다.
필리핀의 스파게티, 방글라데시의 난(빵)과 카레, 중국의 꽁바오지딩, 태국의 돔얌꿍 요리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저렴한 값으로 오랜만에 먹는 그리운 고국의 요리다.
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최병조 신부는 “다문화가정 자조모임 활성화와 무료진료소 건립을 위해 다문화 축제의 자리를 마련했다”며 “어렵게 일하며 고된 생활을 견뎌내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 수원 엠마우스가 5월 29일 마련한 다문화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중국,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등 각 나라별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다문화가정 며느리들은 오랫동안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시부모님께 감사의 말 대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노래를 선사했다. 곱게 차려입은 며느리들의 노랑, 분홍, 파랑, 빨강, 초록 한복과 영롱한 목소리에 시부모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다문화공연과 비보이들의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여름으로 가던 어느 봄날, 모처럼의 ‘작은 축제’에 모두가 행복해졌다. ‘한 가족’이 됐다.
▲ 안양 엠마우스가 5월 30일 다문화 가정을 위해 개최한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