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산 작가(왼쪽)와 김의규 화백이 ‘아, 최양업’ 연재 100회를 맞아 가톨릭신문사 서울지사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한수산 작가 “내 삶 중심이자 버팀못인 소설… 순교 현장 그릴 생각에 가슴 아파”
▲ 김의규 화백 “작업에 앞서 늘 기도… 독자들 좋은 반응에 뿌듯한 느껴”
▲한수산(이하 ‘한’)-벌써 연재 100회가 됐다니 감개무량합니다. 그간 매주 원고지 25매 남짓 분량으로 100회를 실었으니, 지금까지 집필한 원고가 약 2500매가량 되겠네요. 책 두 권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 화백님도 삽화를 100장이나 그렸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의규(이하 ‘김’)-시간이 흐를수록 한 선생님의 글과 제 그림이 교감을 이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도 없고, 또 마땅한 사진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실제로 선생님의 원고를 읽어보고 영감을 받는 것은 1~2초 사이입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몇 시간을 앉아있어야 겨우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삽화를 그리기에 앞서 늘 두 손 모아 기도부터 바칩니다.
▲한-소설을 연재하면서부터 개인적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나날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본업인 강의와 소설 집필은 물론 신문 및 잡지 기고, 본당 강연 등 여러 가지 일이 겹쳤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 최양업’은 제 삶의 중심이자 버팀목이 되어 준 작품이었습니다. 급류에 휘말리면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꼭 붙잡은 기둥과 같다고 할까요. 제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닌, 소설이 저를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저 역시 매주 한 장씩 삽화를 그리고 나면 가슴 속에 어떤 희열감이 찾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한 선생님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체험하는 하느님의 은총이 제게도 전해지는 게 아닐까요(웃음).
▲한-‘아! 최양업’은 역사소설이기에 170년 전과 오늘날을 오가야 합니다. 또 실명소설이기에 최양업 신부님의 실제 삶을 추적해 나가야 합니다. 현장 취재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매번 새로운 장(章)이 시작될 때마다 취재기를 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됩니다.
△김-소설 집필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중국과 마카오 등 수차례의 해외 취재를 다녀오셨습니다. 앞으로도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한-최양업 신부님께서 직접 사목하신 중국 선양(瀋陽)과 압록강·두만강 접경 지역 등을 올해 가을경 돌아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김 화백님께서 동행하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답사하다 보면 170년 전 모습이 지금의 현실로 투영됨을 느낍니다. 그때의 꿈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꿈으로 남아 있음을 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 여기서’ 의미 있는 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이 소설을 쓰는 목적입니다.
△김-2년 남짓 연재가 이어지다 보니 독자들의 반응이 조금씩 와 닿습니다. 주변에 ‘아! 최양업’ 어떠냐고 물으면, 그냥 좋답니다.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스해짐을 느낀답니다. 참으로 기쁘고 뿌듯합니다.
▲한-구상했던 것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해박해 이야기가 펼쳐지면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비록 소설 속이지만, 그 성스럽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분들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는 게 작가로서 무엇보다 가슴이 아픕니다. 끝까지 신앙을 증거하다 한 분 한 분 형장으로 끌려가야 하는데, 그 내용을 써내려가기가 힘이 듭니다. 기해박해 이야기가 매듭을 지어야 ‘1부 신부의 어머니’도 끝나게 됩니다. 1부가 끝날 때 즈음 내용을 압축해서 연말쯤 단행본으로 펴낼 예정입니다.
△김-독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담긴 작품을 선사하려면, 작가 자신이 먼저 그 은총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앞으로 이 소설이 최양업 신부님을 기릴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격려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100이라는 숫자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 줍니다. 처음 연재에 들어가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더욱 퀼리티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 소설가 한수산은
▲ 196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해빙기의 아침」당선 ▲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4월의 끝」당선 ▲ 1973년 경희대 영문과 졸업·한국일보 장편소설 「해빙기의 아침」입선 ▲ 1997~현재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주요 작품으로 소설 「해빙기의 아침」,「부초」,「욕망의 거리」,「까마귀」,「용서를 위하여」등 수상
■ 서양화가 김의규는
▲ 미국 샌프란시스코 Academy of Art University 대학원 졸업 ▲ 계원조형예술대학·성공회대학교 교수 역임 ▲ 한국불교미술대상전(1985), 대한결핵협회 기금조성전(1985·1986), 한국수채화공모전(1986·1987), 서울조선화랑 초대전(1996), 평화화랑 대희년전(2000), 평화화랑 김의규 크레용전(2008) 등 전시
- 인천 상동성당 벽화·천장화,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 14처, 대전가톨릭대 성당 17처, 대구대교구 약목성당 벽화, 서울 당고개성지 청동 조형물 제작
- San Francisci A.A.U-Spring Show Grand Prize(1991) California Art Magazine-Entry Award(1993) 우경예술상 미술부문(2000) 등 수상
■ ‘아, 최양업’ 100회까지의 줄거리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 최양업·김대건은 조선의 박해 소식을 모른 채 신학수업을 계속하며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박해ㅔ의 피바람 속에서 수리산 교우들도 눈물 젖은 기도로 박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1836년이 저물어 가던 겨울, 소년 신학생 최양업은 김대건·최방제와 함께 모방 신부 앞에서 순명서약을 하고 서울을 떠나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다. 수리산 교우촌, 양업의 어머니 이성례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기슭에 서서 아들의 장도를 기도하는데…. 세 신학생과 함께 압록강을 건넌 정하상과 조신철, 그리고 짐꾼으로 함께 간 한선과 을수는 소년들과 눈물겨운 이별을 하고, 그들을 안내했던 정하상과 한선은 샤스탕 신부를 모시고 서울로 돌아온다.
조선의 정국은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의 당쟁과 세도정치 속에 스산하기만 하다. 결국 나이 어린 헌종 임금이 왕위에 오르면서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가 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 이 기회에 풍양 조씨들이 천주교 탄압으로 권력의 반전을 노릴 것을 예감하며 정하상의 고뇌는 깊어만 간다.
베이징을 멀리 돌아 북쪽 내몽골을 뚫고 마카오로 향하는 고난의 여행을 계속하는 최양업 일행은 초대 조선교구장으로 입국 도중 급사한 브뤼기에르 주교의 무덤 앞에서 눈물에 젖으며 결의를 다진다. 양업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범구의 딸 보미는 앞날을 상의하러 정하상의 집으로 찾아간다.
아들을 떠나보낸 양업의 어머니 성례가 마음을 잡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무렵, 샤스탕 신부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한선은 수리산으로 이사를 와 범구와 함께 농사일을 시작하며 여름을 맞는다. 옹기로 성물을 만들며 평생을 동정으로 살기로 한 보미는 옹기가마 옆 흙방에 틀어박힌다.
세 소년이 신학교가 있는 마카오에 도착해 신학공부에 전념하는 사이 이성례는 보미에게 한글을 배워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 무렵 마카오를 휩쓴 전염병으로 최방제를 잃은 김대건과 최양업은 민란으로 흉흉한 마카오를 떠나 필리핀으로 피신할 준비를 한다.
정하상이 세 명의 서양신부를 모셔와 전교에 온몸을 바치며 살아가는 사이 조신철은 새로 결혼한 아내에게서 아들을 얻는다. 양업의 아버지 최경환은 서울을 드나들며 잡혀간 교우들의 가족을 돌보고 버려진 시신을 치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편 왕비를 등에 업은 풍양 조씨 일파는 권력투쟁에서 밀린 안동 김씨 세력을 싹쓸이하기 위한 음모 속에 정승 이지연을 내세워 천주교 탄압을 본격화한다. 박해의 피바람 속에서 정하상은 외국인 신부를 지방으로 피신시키며 순교의 마음을 다잡고, 수리산 교우촌의 양업의 부모 최경환과 이성례도 눈물 젖은 기도로 박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상의 심부름을 온 이경이 아가타를 따라 서울로 올라오던 홍영주는 오래 전부터 사모해 오던 그녀를 보며 마음이 설렌다.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경이를 찾아가는 영주. 한강변 찬바람 속에서 사랑을 고백하지만 동정을 지키며 천주께 오롯이 몸 바쳐 살겠노라는 그녀의 결심 앞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길이 없다.
마카오를 떠나 필리핀 근교의 롤롬보이 농장으로 피신해 있던 김대건과 최양업은 조선의 박해 소식을 모른 채 신학수업을 계속하며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마침내 1839년 여름, 기해박해의 칼날은 신자들의 목을 겨누며 조여오고 하상은 순교를 결심하며 어머니와 마음으로 작별의 인사를 한다. 보미는 순교하는 교우들을 돕기 위해 정정혜 엘리사벳을 찾아 서울로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