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땡! 땡! 종소리가 울리면 밀레의 ‘만종’처럼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성당을 향하여 삼종기도를 바치는 평화로운 마을! 가난하지만 첫 자리엔 늘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신심 깊은 교우촌에서 태어난 나는 어르신들께 엄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살게 되면서부터 내 마음의 첫 자리에 계셨던 예수님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고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늘 주님께 죄지은 마음으로 살아가다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다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구역장을 시작으로 여러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남 앞에 나선다는 것이 무척 힘들기만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구역의 큰 포도송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성당에서든 길에서든 낯익은 얼굴만 보면 달려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친교를 이뤄나갔다. 그러다보니 구역공동체는 활성화되었고, 어느샌가 나의 삶도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 삶이 힘들어 세상 근심걱정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늘 얼굴을 찌푸리고 살던 내 모습이 기쁨에 찬 밝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고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했던 예전의 삶을 되찾게 되어 하루하루 삶이 즐겁게만 느껴졌다.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주님을 위한 봉사가 아니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활동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요즘 봉사자 찾기가 참 어렵다. 바쁘고 능력이 없어서, 나중에 시간나면 한다고 한다. 주님께서 무엇이 부족하셔서 우리에게 도움을 바라시겠는가 한번 생각해보자. 말씀 한마디로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이신데 우리의 자투리 시간과 인심 쓰듯 하는 봉사에 감격하실 주님은 아니실 것이다. 주님이 바라시는 것은 능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꺼이 내놓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의 봉헌일 것이다.
그 작은 봉헌에 주님은 큰 축복을 내리시어 장정만도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이 기적은 성경에만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비록 아주 작은 능력을 가졌다 해도 오롯이 주님께 바치기만 한다면, 주님은 큰 축복으로 우리 공동체에 돌려주실 것이다. 돌아보면 부족하기만 했던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시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혜로 채워 주신 주님의 사랑에 한없이 고개가 숙여진다. 앞으로 남은 삶도 늘 예수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하느님 나라를 동경하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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