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엔들 그곳을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갈 수만 있다면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평양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서울대교구 동서울지역·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은 60년 전 떠나온 고향땅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냈다.
“1·4후퇴 때 부모님을 따라 남한으로 피란을 왔어요. 하루에 20~30리씩 두 달을 걸어서 전선을 넘어왔죠. 가다가 어두워지면 가장 가까운 성당을 찾아 그곳에서 묵었습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올해 안에 전쟁을 피해 내려오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려 합니다.”
황 몬시뇰은 피란 당시 상황을 소상히 적은 일기의 기록대로 피란길을 걸으며, 한국전쟁으로 상처 입은 우리나라와 교회, 그리고 그 자신을 포함한 우리 개개인의 아픔에 대해 묵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부모 형제와 헤어졌으며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목자를 잃었고, 신자들은 새로운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북한 교회의 자립을 위해 애썼던 헌신적인 신자들과 그 후손들이 북한에도 분명히 남아 신앙을 이어오고 있을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은 교회와 신자들을 기억하며 걸을 그 길은 우리 민족의 피가 어린 현대 순례길에 다름 아니다.
“저도 현대사의 혼란 속에서 성소의 길을 찾았습니다. 피란 내려와 살게 된 현 대전 대흥동주교좌본당 마당에서 사제의 꿈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서울대교구 소속이지만, 평양교구 출신 사제로서 북한교회에 대한 희망과 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고향을 어찌 버릴 수 있겠습니까.”
황 몬시뇰은 대북지원을 위한 다양한 선교활동을 소개하며, 물질적 지원뿐만이 아니라 북한 선교를 위한 영적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리 교회가 북한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기도’ 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올 통일 후 시대를 대비해 평양교구를 위한 사목자를 기르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명의 평양교구 소속 신학생을 받았습니다. 10년 후 사제가 될 이들이 평양교구의 희망이자, 북녘 선교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황 몬시뇰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안겨진 남은 과제는 ‘현대 순교자 시복시성’이라며 이에 대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관심을 촉구했다.
“‘양이 한 마리만 있어도 목자는 떠날 수 없다’는 사제로서의 소명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현대 순교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순교신심을 기억하며 현대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통일 시대를 염원하는 것이 우리의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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