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14일 용인대리구 양수리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 이 주교는 전 교구장 최덕기 주교(‘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고문),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전국 각 교구 사제와 수도자 신자 등 천여 명과 함께 양수리성당에서 두물머리까지 ‘생명의 강 순례’를 가졌다. 다음은 이 주교의 생명·평화미사 강론 요약.
오늘 이곳에 오셔서 무분별한 4대강 개발의 허구성을 염려하시면서 최적의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치고 계시는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전국의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도회 및 여러 환경단체와 연대하여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 위법성과 비윤리성, 탈법적 행태를 고발하고 지적해 왔습니다.
천주교회는 전국 여러 곳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계속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천주교회와 성직자들의 정당한 행위를 대화와 소통, 홍보의 부족으로 일축하며, 4대강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하느님께서 가르치시는 자연보호와 환경에 대한 뜻과 정신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영적이고 신앙적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의 중지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감탄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 찬양과 감사의 마음을 일깨울 수 있기에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것은 지극히 영적이며 신앙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자연을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모습을 후손들에게 올바로 전하기 위하여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중지를 요청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2010년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하여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공공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미’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에 참여하거나 간섭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정착시키고, 모든 이의 선익을 담보하는 공동선 실현의 중대하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행위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적인 의무이며, 교회의 대사회적 예언직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이는 사회복음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안입니다.
6·2 지방선거를 통하여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였음에도 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틀을 흔들고 부수는 행위입니다. 정부는 이미 4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공정이 30%나 진척된 상황이라 되돌리기엔 때가 늦었다며 반성하지 않고 강행하려고 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토건 만능주의적 태도이며 비민주주의적인 궤변입니다. 강행할 경우 앞으로 투입될 국민의 혈세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며 예상되는 사회적,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사회적 비용으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4대강 사업을 중지하고 전문가들과의 합의와 충분한 대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올바른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모든 계층이 평화와 화해,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참 행복과 번영을 구가하며 살 수 있도록 주 성모님께 간절하게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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