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평소라면 쥐죽은 듯 조용했을 교구청이 들썩들썩한다.
식당은 풍물패 청소년들 차지가 된 지 오래. 지하 대강당에서는 벌써 30분째 밴드 공연이 이어지고 간간이 환호소리도 들린다. 어른 신자 교육만 열리던 5층 강당도 이날은 청소년들로 꽉 찼다.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연극과 율동찬양, 댄스 공연이 이어진다.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수원교구청은 350여 명의 청소년들에게 ‘점령’당했다.
10월 2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인 교구 청소년 축제 ‘청소년 공연마당’ 예심이 있던 날. 쏟아지는 비를 뚫고 교구의 동서남쪽 끝에서 선생님 손을 붙들고, 엄마·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신둔본당 청소년들은 난타공연을 준비했고, 병점본당은 무용과 노래를 선보였다. 가남본당 초등부 어린이들은 새롭게 각색한 개그를, 죽전본당은 멋들어진 가스펠 공연으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밴드는 가장 많은 본당이 택한 공연분야. 범계와 조원솔대, 별양동, 화서동, 상촌, 산본 등 8개 본당이 출연했다. 한복을 차려 입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나르샤 어린이들도 율동을 선사했다. 총 35개 팀이 본선 진출을 위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35개 팀 중 10여 개팀만 선발하는 경쟁. ‘저 본당처럼 옷 좀 맞춰 입을 걸’, ‘율동을 조금 더 연습할 걸’이라는 아쉬움과 ‘우리가 더 잘했다’는 안도의 표정이 공연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얼굴에서 순간순간 스쳐갔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교구라는 울타리, 청소년이라는 이름표를 단 친구이기에 공연을 마친 팀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이웃 팀에게 박수를 보냈다. 4개월이나 남았지만 이미 청소년들이 하나 되는 축제는 오늘 시작됐다.
별양동본당 교무 박상곤(발렌티노) 씨는 “올해 처음 결성된 밴드팀은 오늘이 첫 공연이나 다름없어 걱정은 되지만 연습을 많이 했으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소년 축제와 같은 행사가 열려 반갑다”는 박 씨는 “아이들은 이런 시간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 공부에만 너무 열중하시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교구 청소년국은 예심에 출연한 35개 팀 중 ▲공연계획의 충실성 ▲공연의 작품성 및 발전성 ▲구성원의 기량 ▲무대성(매너, 열정) 부문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10여개 팀을 선발한다. 결과는 추후 교구 청소년국 홈페이지에 발표 될 예정.
교구 청소년국장 이건복 신부는 예심 시작에 앞서 “오늘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자. 교구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잘 준비해줬으리라 믿고 좋은 결과 얻길 기대한다. 파이팅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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