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이 변신하고 있다. 엄숙하기만 하던 성당에 은은한 커피향이 나고 예쁜 그림도 걸렸다. 성당에 마련된 카페와 갤러리는 신자들을 반긴다. 미사가 끝난 주일 오후,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성당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여유와 낭만.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정자동주교좌본당(주임 이철수 신부) 지하 공간에는 ‘마르띠스 아트 갤러리’라는 이름을 지닌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2년 전 성당 리노베이션 공사와 함께 식당과 화장실을 잇는 복도가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150㎡ 규모에 25점 정도(10호 기준)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성당 문이 열려있는 시간이면 언제든 관람 가능하다. 대관은 신자와 비신자의 구분이 없고 대관료도 무료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작품을 걸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호응도 높아 올해 1월까지 대관 일정이 꽉 들어차 있다. 현재는 수채화 작가 오시수씨의 ‘생-어울림’ 전이 열리고 있다. 7월 31일까지.
‘야생화 전시회’를 열고 있는 북수동본당(주임 나경환 신부) 뽈리화랑도 눈길을 끈다. 2007년 소화학당 건물을 개조해 만든 뽈리화랑은 당시 학교의 목조골재를 그대로 남겨둬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잔잔하게 흐르는 곳이다.
뽈리화랑은 본당 4대 주임 뽈리 신부의 이름에서 비롯한 것으로 3개의 전시실과 십자가의 길 등이 마련돼 있다. 화랑 인근에는 백리향, 금낭화, 삼지구엽초 등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화들이 심어져 있어 ‘자연 공간’의 느낌까지 즐길 수 있다.
주임 나경환 신부는 “뽈리화랑은 가톨릭 신자의 작품 전시뿐 아니라 학생들의 전시 공간, 염색 작품전, 연극을 볼 수 있는 소극장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역사 깊은 수원성지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요한본당(주임 윤재익 신부)의 ‘하늘마당’ 카페는 신자는 물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사랑방’으로 통한다. 주일에는 대기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청소년들이 성당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본당 공동체도 활기가 넘친다. 평일(화~금요일)에는 오전 10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9시, 주일에는 오전 8시~오후 9시 이용가능하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와 메뉴 역시 일반 카페 못지않다. 차와 음료, 과자류까지 다양하며, 주일에는 김밥과 샌드위치도 맛볼 수 있다.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금’으로 쓰고 있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음료 한 잔으로 갈증을 이기고, 문화생활까지 할 수 있는 나눔의 장소. 본당 카페와 갤러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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