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일까….’
보는 이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막내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조차 애써 태연한 척 해야 할 정도다. 그 예뻤던 막내아들이 전신화상을 입고 눈코입을 제외한 온 몸에 붕대를 감은채 미라처럼 누워있다. 일그러진 눈과 눌어붙은 코, 입과 귀도 모양이 변했다. 가까스로 숨을 쉬는 아들 유진(9·가명)군의 붕대를 벗기고 소독약을 바르던 엄마 강정현(48·가명)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연고를 발라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소독약만….”
소독약을 바르는 정현씨의 손도 성하지가 않다. 정현씨 가족은 지난 2009년 12월 화재를 당했다. 원인 모를 화재는 순식간에 정현 씨의 집을 불태웠다. 정현 씨와 함께 집안에서 자고 있던 막내 유진군과 둘째 경남(18)군은 겨우 목숨을 구했다.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치료를 거부했다.
“저를 치료할 돈이 있다면 아이들을 치료해야죠.”
그러나 남편마저 허리에 병을 얻어 일하지 못하게 됐고, 큰 딸도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을 버는 수준이다. 결국 얼마 전 정현씨와 그의 아들은 서울의 모 병원에서 강제 퇴원 당했다. 병원비 1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서였다. 병원 측은 돈을 갚지 못하면 외래 치료도 받을 수 없고, 화상 부위에 발라야 하는 연고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정현씨는 눈물을 머금고 근처 노인요양병원으로 아들을 옮겨와 아이의 몸에 소독약만 바르고 있다.
“제 아들이 피부치료를 못받아 갈수록 뻣뻣해지고 죽어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독약을 바르는 것 뿐이에요. 레이저 재생치료와 피부 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화상으로 일그러진 엄마 정현씨의 얼굴에 절규가 흐른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등을 돌렸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정현씨의 집에 난 화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세상이 정말 무서워요. 가족 모두 지쳐가고 저도 망연자실해 울고 있으면 막내아들이 말해요. ‘엄마, 그래도 우리 모두 죽지 않고 살았잖아요. 내가 씩씩하게 이겨낼게요!’라고요. 우리 아들의 그 희망, 꼭 지켜주고 싶은데….”
정현씨가 운다. 아들을 지켜주고 싶은데, 아들에게 연고를 발라주고 싶은데, 소독약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하고 아픈 엄마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아들아, 우리 이렇게 손 꼭 붙잡고 살아나가자. 하느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거야.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살게 해 주실거야’
※도움 주실 분 702-04-107874 우리은행 703-01-360450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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