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저를 사제의 길로 불러주신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은총의 삶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노(老)사제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기쁨과 회한이 교차하는 듯 했다. 그러나 산수(傘壽)를 앞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유의 꼿꼿함과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사제성화의 날인 지난 11일. 황인규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는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전주교구 사제의 해 폐막을 겸한 금경축 미사에서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 신부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과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사제의 길을 택했다”며 “그동안 늘 관심과 격려로 큰 힘이 되어주신 동료 신부님들, 기도해주시고 협력해주신 수녀님들, 그리고 헌신적인 봉사로 함께해주신 교우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 보시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삶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삶이라 보람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혔다.
앞서 이병호 주교는 축사에서 “특별히 사제성화의 날과 사제의 해 폐막을 맞는 이 자리에 반세기를 사제로 살아오신 황 신부님께서 함께해 주시기에 더욱 감격스럽다”며 “남은 생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932년 전북 익산 석동에서 태어난 황 신부는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60년 3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노기남 대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았다. 전주 정읍본당(현 시기동) 주임을 시작으로 진안본당 주임, 교구 경리 및 성모병원장, 교구 상서국장, 교구 주미연락관, 월명동·삼례본당 주임, 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 요촌·중앙·둔율동·창인동본당 주임 등을 차례로 역임한 후 지난 2000년 8월 은퇴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구장 이병호 주교를 비롯한 전주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동창신부인 유재국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황 신부의 가족 및 친지, 본당 신자 등 800여 명이 함께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