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실 앞에 앉아 분산된 마음을 잡아 봅니다. 깊은 호흡을 하고, 천천히 눈을 감는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가는 생각들! ‘묵상은 몇 분을 해야 좋을까, 성서를 읽고 묵상을 해야 하나, 두 손은 어디에다 놓으면 좋을까, 몸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눈은 감고 있는데 몸이 유체이탈을 해서, 바다로 갔다가 다시 산으로 갔다가 합니다. 그러다 함께 간 사람들이 있어 그 얼굴이 떠오르고! ‘지금 뭐하며 살고 있을까…’그러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사람들 중에 특정한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몸이 잠깐 움찔하면서, 그 사람으로부터 받은 당시 마음의 상처들이, 기억과 함께 전후 장면이 연상되어 떠오릅니다.
‘음, 오늘은 묵상하기 어려운 날이로군!’ 눈을 뜨고, 감실을 향해 깊은 절을 한 후, 돌아서자마자 마음으로 밀려오는 생각하나, ‘오늘은 뭐 의미 있는 일이 없나…’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겪는 ‘분심의 짧은 목록’입니다. 묵상하고자 하는 순간, 어김없이 찾아오는 분심은 천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나와 함께 나의 묵상 안에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분심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을 잘 알기에, 한순간 즉, 짧은 단어 하나가 1시간 이상 집중된 묵상을 흐트려놓고 갑니다. 분심 좀 안하고 묵상하고 싶다 말하지만, 분심은 이름 붙여서 분심이지, 결국 생각의 자락들이며, 의식의 줄기들입니다. 생각 않고, 의식하지 않는 삶이란 바로 죽음의 순간이기에, 분심 없애고 싶어서 죽을 수는 없겠지요. 요즈음 ‘분심’때문에 결국은 죽음으로 가는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안쓰러울 따름이지만.
‘하루에 얼마만큼은 묵상을 해야 해!’ 한다면, 이 순간 ‘분심’ 역시 ‘하루에 몇 번씩 더 분심들게 해야 할 터인데’ 하면서 우리를 찾아 올 것입니다.
묵상을 해야 할 의무감 가득한 일로 보지 않고, 순간을 성화하는 내 삶의 숨쉬기 운동처럼 생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문득 ‘분심, 이 녀석을 좀 지루하게 만들면 어떨까!’ 싶어 그런 마음으로 묵상했더니 한결 나아짐을 느낍니다.
순간을 성화하는 마음으로, 인·사·물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천천히 몇 번을 읊다가 자연스럽게 묵상으로 젖어드는 방법인데,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용한 묵상이 되고, 분심이 나에게 지겨워서, 가끔은 나에게서 멀어지곤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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