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 전례의 중심이 되시는 오늘 「부활 제4주일」을, 교회는 특별히 「성소주일(聖召主日)로 제정하여 지냅니다. 「성소」하면, 사제성소나 수도성소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나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자신을 포함한 인류구원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부르심을 받은 「성소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성소주일을 지내며, 하느님 나라를 위해 참으로 헌신하는 「예수님 닮은 착한 목자」들이 이 세상에 많이질 수 있도록 기도함과 동시에, 아울러 우리 각자의 성소에 대해 한번 깊이 묵상하며 나의 삶을 저적으로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개인적으로 저는 올해로 수품(受品)된지 10년째가 됩니다. 별로 길지 않은 세월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이 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변화되고 성장되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제성소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동기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아침등교길 학교 문앞에는 입시학원 광고지를 돌리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돌리는 광고지의 내용은 대개 학생들이 이미 알고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그 종이를 받아선 이내 버리든가 아니면 아예 받기를 거절하곤 했습니다.
어느 아주 추운 겨울날, 한 아주머니가 아기를 등에 업으신 채 예(例)의 광고지를 돌리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주머니가 내미는 광고지를 받으려 하지를 않았습니다. 굽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학생에게 거절을 당하고 또 이내 정신없이 다른 학생을 향해 광고지를 내미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는 그 모습에 왠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새벽부터 아기를 들쳐업고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곧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 세상을 힘들게 애틋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음에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뜻있는 일을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는 신부가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에 신학교에 입학을 했고, 그후 10년 뒤에 수품되어 이제 10년째 사제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많은 반성의 소재를 제공해 줍니다. :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는 유다교 회당에서 「담대하게」복음을 선포합니다(제1독서). 요한 사도가 본,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 승리의 종려나무를 들고 하느님의 옥좌와 어린양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여 그 붉은 피로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도리어 희게 만든 사람들이었습니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한 마리의 길잃은 양을 찾아 헤매시고, 당신의 양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아끼지 않는 착한 목자이십니다.(복음). 이같은 담대함과 충실함, 용기와 투신의 자기봉헌, 사랑과 봉사의 정신들이 과연 내 안에서 얼마만큼이나 철저하게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더 큰 쇄신과 도약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베르나르도 성인은 당신 방에 「베르나도야, 너 여기 무엇하러 왔느냐?」라는 글귀를 써놓고 항상 묵상을 하셨다고 합니다. 부르심에 응답항려 걷기 시작한 「하느님의 길」을 제대로 잘 걷고 있는지? 「하느님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의 모습에 맞갖은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사셨던 것입니다. 처음의 순수함과, 하느님과 이웃사랑을 향한 열정, 기도하는 삶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탁해지고/게을러지고/변형되고/식어 굳어지지 않은 채 꾸준히 잘 성장돼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여러분 모두도 마찬가지이실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부르심」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기쁘게 완성되는 우리 모두이기를 기원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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