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이면서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진 정순재 신부(66ㆍ경북 용성본당 주임)가 포토 에세이집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분도출판사)를 냈다.
『언어로, 말로 하는 강론은 한계가 있어 사진을 통해서 메시지를 주고자 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 사진에 에세이를 붙였습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는 지난 95년 출간한 정신부의 포토에세이집 「바람처럼 돌아오는 사람이 그립다」(사람과 사람)에 이어 두 번째. 「신곡을 읽는 창녀」「바보가 그리운 세상」「따라지의 부활」등 64편의 글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아이를 낳기 직전의 임산부의 배, 정신병동에 갇힌 환자의 애절한 눈빛, 시장터 행상 아줌마의 지친 모습, 관을 부여잡고 목 놓아 우는 여인…. 69장의 사진들이 일상 삶의 구석구석을 처절하리만치 솔직하게, 때론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정신부의 글이 독백처럼 깔린다.
20여 년간 사진 작업에 몰두해 온 정신부는 화려한 곳보다는 소외되고 버려진 곳을 렌즈에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나환자, 정신병자 병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정신부만의 남다른 집착(?)과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참말로 인간다운 게 그리운 때입니다. 인간이기에 당하고 느껴야 하는 진솔한 모습을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어요』. 정신부가 들이대는 렌즈는 바로 이 인간다움을 찾기 위한 몸부림. 정신부의 사진은 그래서 거침이 없다. 때론 무모하리만치 충격적이다. 성직자라는 그의 신분이 이런 기우를 더욱 깊게 한다.
정신부의 글은 우선 강렬한 느낌을 준다. 또한 다분히 함축적이다. 그만큼 곱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난다. 저자는 아마도 불교와도 깊은 영적 교감을 가진 듯 하다. 이러 저러한 배경을 이해않고서는 오해를 불러올 만도 하다. 분명한 것은 그의 사진, 글 모두 구도(求道)와 정진의 와중에서 이루어낸 옥동자라는 것.
끊임없이 갈등하고 쓰러지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는 신(信) 앙(仰)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은 절망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검은 구름이 걷히면 햇살이 비칩니다. 빛은 어둠과 함께 할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3.1운동이후 널리 알려진 「희망가」의 첫 소설을 따 제목으로 삼은 것도 암울한 세상에서 희망과 사랑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다.
정신부는 지난 77년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86년까지 서울 대구 등지에서 8차례의 사진전을 가졌다. 「죽음」이란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정신부는 앞으로 3권의 포토 에세이를 더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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