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문 :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조광 교수(고려대 한국사학과)
다루어질 주제
① 타종교에 대한 태도와 민간신앙과의 접촉
② 가족 내 종교상황
③ 응답자의 사회인구학적 종교적 배경
④ 종교교육
⑤ 교회생활에의 참여
⑥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 생활
⑦ 선교
⑧ 교계제도와 교회내 의사소통 문제
⑨ 교회의 사회참여
⑩ 한국교회 전망과 과제
가정은 한 사람의 종교적 심성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데 가장 일차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가정은 종교적 사회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한 사람이 종교적 신념을 유지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지지해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이를 세대 간에 전승해주는 가장 중요한 매체이기도 한다. 나아가 가정은 이웃의 근린집단과 함께 개종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실제로 진행되는 중요한 장이기도 하다. 한국처럼 종교적 이동성이 크고 활발하게 개종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가정은 개종의 가능성과 한계가 꼴 지워지는 가장 중요한 현장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가정이 지닌 종교적 중요성의 여러 측면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가족의 종교적 구성
이번 조사를 통해 가족 중에 응답자 본인만이 가톨릭 신자인 경우는 전체의 11.0%, 가족 일부만이 가톨릭 신자인 경우는 28.2%, 가족 모두가 신자인 경우는 60.8%로 나타나고 있다. 대략 10명중 4명 정도가 자기 혼자만 혹은 가족 일부만 가톨릭 신자인 셈이다. 10년 전에는 혼자만 가톨릭 신자인 경우가 7.6%, 가족 일부만 가톨릭 신자인 경우가 27.1%로, 이를 모두 합해도 전체의 34.7%에 머물렀다. 따라서 혼자만 혹은 가족 일부만 가톨릭 신자인 경우는 늘어난 반면, 가족 모두가 신자인 경우는 그만큼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표-1> 참조). 이 같은 결과는 일단 가족 내의 종교적 이질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 <표-1> 가족중 가톨릭신자
이 같은 외면상의 모순, 다시 말해 한편으로는 혼자만 혹은 가족 일부만 가톨릭 신자인 경우가 증가하여 가정 내의 종교적 이질성이 강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중에 타종교의 신자가 없는 경우가 증가하여 가정 내의 종교적 동질성이 강화되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두 가지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가족 중에 타종교의 신자보다는 아무런 종교도 믿지 않는 무종교인이 다수 섞여 있으며,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듯이 다른 종교를 믿다가 입교하는 경우보다는 무종교인들이 가톨릭 신자로 충원되는 경우가 더욱 많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가톨릭신문, 98년 4월 5일자 11면참조).
▲ <표-2>가족중 타종교 신자 유무
또한 <표-3>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종교적으로 혼합된 가정인 경우,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가 공존하는 경우가 34.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가 공존하는 경우로 전체의 31.5%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톨릭과 「기타 종교」가 섞여 있는 경우가 13.0%, 가톨릭과 불교와 개신교가 섞인 경우가 10.9%이다.
결국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의 3대 종교가 섞인 집은 전체의 77.2%를 차지하여, 3대 종교가 한국 사회라는 거시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 가정이라는 미사적인 차원에서도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임을 확인시켜준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가족 중에 개신교 신자가 있는 비율이 29.8%에서 34.8%로 비교적 크게 증가한 반면, 가족 중의 불교 신자 비율은 39.4%에서 31.5%로 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신교와 불교를 제외한 이른바 「기타 종교」를 믿는 사람과 가톨릭 신자가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1987년의 6.4%에서 현재의 13.0%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종교적으로 혼합적인 가족 내부의 종교적 스펙트럼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가톨릭, 개신교, 불교 신자가 모두 있는 가정이 약간 증가하여(7.8%에서 10.9%로), 3대 종교 간의 이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3개 이상의 종교가 혼합된 가정은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1987년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4.4%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0.6%로 나타나고 있다.
▲ <표-3> 가족중 타종교 신자의 종교
가족 내부의 종교적 갈등
신자 10명 중 1명 정도는 여러 가지 종교적인 이유로 가족 간에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부분의 어려움은 미사 출석과 헌금 등 교회생활에 정상적으로 참여 하거나, 구역모임이나 단체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표-4>는 가족 간에 종교적인 갈등을 겪는 신자가 전체의 11.2%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가족 중에 본인 혼자만 가톨릭 신자인 경우(11.0%), 그리고 가족 중 타종교 신자가 있는 경우(8.7%)와 유사한 수치이다.
▲ <표-4> 가족간의 종교적 갈등
그러나 가족 간의 종교적 차이 때문에 개종을 강요당하거나 성직자 혹은 수도자가 되려는 것을 방해받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으며, 욕설ㆍ구타 등을 당한다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가족 간의 불화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 가운데, 성당 출석이나 봉헌금 납입, 개인적 기도생활, 구역모임이나 사도직단체 참여 등 정상적인 신자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마저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신자들이 전체의 41.4%에 달하고 있다.
특히 가족 간의 종교적 불화로 인해 성당에 나가기 어렵다거나 기도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가족 간의 종교적 갈등이 냉담이나 교회 이탈의 현실적인 원인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 <표-5> 종교적 갈등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