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살롬!」하시며 평화를 빌어주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살해한 유다인들이 그 제자인 자기들에게도 어떤 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던 터였고, 또한 자신들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스승을 배반했다는 죄의식으로 마음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제자들의 걱정과 어두움을 깨끗이 씻어주신 것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잘못하고 부족하더라도 그분은 언제나 우리의 주님, 자비와 사랑의 주님이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기뻤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는 동료들의 말에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며 예수님의 부활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 후 예수님을 뵙게 되었을 때, 이내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며 그분을 「부활하신 주님」으로 고백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며 귀한 말씀을 해주십니다 :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긴 연(鳶)줄에 달려 하늘을 나는 연이 높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구경꾼들은 더 이상 그 연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연을 날리는 사람은 그 보이지 않는 연의 존재를 또렷하게 인식할 수가 있습니다. 팽팽하게 느껴져 오는 연줄의 긴장감이 그것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바로 그러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보지 않고도 연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그 팽팽한 연(鳶)줄이 바로 「믿음」인 것입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는 토마스의 고백을 우리도 자주 바칩니다.
미사성제 거양성체(擧揚聖體)때 우리는 「내 주(主)시요, 내 천주시로소이다!」라는 고백을 합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히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뵙고 마음에 모시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연줄이 이 고백은 별 의미가 없는 요식행위(要式行爲)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작은 도시에 별로 좋지 않은 술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를 걱정한 신자들이 모여, 「하늘에서 불이 내려 그 술집을 불살라 버림으로써(?) 도시를 타락에서 보호해 주십사」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정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그 술집이 불에 타 없어져 버렸습니다. 신자들이 자기의 술집이 불타 없어지도록 기도를 했다는 사실을 안 술집주인은 법원에 고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그 화재의 책임에 대해 부인을 했다고 합니다. 술집주인은 기도의 힘을 믿었는데, 신자들은 도리어 자신들이 한 기도의 능력을 부인하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 우리의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우리들의 믿음에 대해 한 번 더 그 실상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부활의 증인으로서 예수님 부활의 의미를 참으로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오늘 제1독서 말씀을 보면, 그래서 「백성들은 그들을 칭찬하였으며 주를 믿는 남녀의 수효는 날로 늘어났다」(사도행전 5, 13~14)고 합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내적으로 외적으로 변화된 삶, 참 생명을 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의 부활신앙에 대해 「먼저 보고 만져봐야만 되겠다」는 조건을 달았던 토마스처럼 니이체가 한번은 신앙인들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 「크리스찬들이여!,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 그래서 당신들이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실제 행동으로 내게 보여주시오. 그러면 무신론자인 나도 혹시?!…」. 하느님을 믿고 또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믿음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수도 있는 우리들을 향한 경종(警鍾)의 말입니다. 우리는, 죄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참 생명력을 세상에 증가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부활의 증인들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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